2년 세수결손 대책은 없이, 금투세 폐지하자고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2년 세수결손 대책은 없이, 금투세 폐지하자고 ‘1% 초부자’ 위한 금투세 폐지와 투명하게 걷어가는 근로소득세

기사입력2024-09-30 13:00

김은정 객원 기자 (ejcong@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26일 정부의 2024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7조원으로 예산(367.3조원) 대비 29.6조원 부족할 전망이다. 작년(56.4조원)에 이은 대규모 세수결손은 이미 예견된 일이나,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세수결손 규모만 밝힐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또다시 발생한 세수결손에도 ‘대책 없음’ 고수하는 무책임

“금년 국세수입은 예산대비 -29.6조원 예상, 가용재원 등 활용해 차질없는 재정집행 추진”…2024년 9월 26일자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금년 국세수입은 예산대비 -59조원 예상, 여유재원 활용해 차질없는 재정집행 추진”…2023년 9월18일자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세수결손 규모를 발표하는 기재부의 작년과 올해 보도자료 제목이다. 세수결손 규모만 다르다. 윤석열 정부는 줄곧 추경은 하지 않았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러니 부족한 세수에 대응하기 위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56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을 외평기금으로 돌려막고, 지방교부세를 축소하면서 불용사업을 방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외평기금을 공자기금으로, 또 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냥 돌려막기를 한 게 아니라 채무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그리고 국세가 부족하더라도, 결산 후 정산을 해야 한다는 절차를 무시한 채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마음대로 배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지방교부세 결산액은 예산보다 8조원 가량 모자랐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또다시 가용재원을 활용해 재정집행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통상 경기상황이 좋지 못할 때 세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대부분 추경을 해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고 침체된 경제상황에 대응해 왔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에도, 2009년 이명박 정부 때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자 추경을 했다. 모두 소위 ‘보수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즉, 세수결손이 발생해서 정해진 만큼 재정을 집행하지 못하면 그만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추경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그저 추경을 못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대책은 빈손…상속세 완화·금투세 폐지 등 부자감세는 가득

더 한심한 것은 이렇게 연속해서 대규모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감세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감세를 공언했다가, 세수결손과 경제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감세를 멈췄고, 박근혜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 세제나 담뱃세 인상을 통해 어떻게든 세수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했었다. 방향은 틀려도 노력을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그런 노력도 없다. ‘재정 건정성’을 강조하며 재정 역할은 축소하면서 ‘감세 기조’는 고수하고, ‘세수결손’에도 빈손 대책으로 일관하는 이 정부는 보수라고 칭할 가치도 없다.

올해도 윤석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확대,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하향, 주주환원 촉진세제 신설, 통합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공제율 상향, 금투세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기업·대주주·부자감세인 ‘2024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깎아주거나 폐지하겠다는 세금은 하나 같이 자산과세다. 자산과세를 완화하게 되면 세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불평등이 심화된다. 불평등은 만악의 근원이자 또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적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저출산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경제성장이 더욱 제한될 것이라는 의미로 연결되기도 한다. 참 우려스럽다.

‘국내주식투자 천만원 공제’ 금투세 법안 발의했던 추경호 의원

올해 역시 감세안을 내놓은 정부가 공들이는 핵심 중 하나는 ‘금투세 폐지’다. 분명한 점은 금투세가 폐지되면, 그 혜택은 다수의 ‘개미’가 아닌 극소수의 ‘슈퍼개미’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한편, 올해 역시 감세안을 내놓은 정부가 공들이는 핵심 중 하나는 ‘금투세 폐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3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배당을 비롯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자본시장은 1400만 개인투자자와 그 가족들까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자본시장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기업에 투자한 국민들이 기업의 성장에 따라 늘어난 수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대통령에 발맞춰 금투세 폐지로 기조를 정하고, “금융세제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하에 합리적이고 공정한 과세 기반을 구축하여 자산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강령에 맞지 않게 금투세 유예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2019년 7월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을 하나의 금융투자상품의 거래로 손익을 통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의안번호 21327). 특히,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는 해당 과세기간의 양도소득금액에서 연 1000만원을 공제”하자고 했다. 도입 예정인 금투세의 국내 상장주식 기본공제액은 5000만원이다.

또한, 2019년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한창일 때,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은 이중과세라는 업계 주장에 대해 증권거래세는 과세 대상이 거래대금,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으로 서로 달라 이중과세가 아니라며 금투세를 추진하던 기재부는 지금 어디에 있나. 정부의 기조에 따라 조세원칙에도 위배되며 기존 행보와도 배치되는 입법을 추진할 게 아니라 오해와 우려로 가득한 시장과 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이다.

◇‘1% 초부자’를 위한 금투세 폐지=정부와 여당, 그리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국회에서 도입하기로 한 금투세를 놓고 폐지, 유예 등을 주장하는 동안 시장에는 금투세를 둘러싼 괴담에 가까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400만 투자자 중 금투세 과세대상은 적어도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1% 슈퍼개미에 불과하며, 사모펀드 투자자 중 금투세를 적용받는 개인은 3% 수준이다.

분명한 점은 금투세가 폐지되면, 그 혜택은 다수의 ‘개미’가 아닌 극소수의 ‘슈퍼개미’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금투세 도입, 주식시장 영향 없어=일각에서는 금투세가 적용되면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이 해외로 떠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금투세가 도입되어도 국내 상장주식 등은 공제금액이 5000만원이고, 해외주식이나 비상장주식, 채권, 파생 등은 250만원이다. 50억원 가지고 있는 자산가가 10% 수익률로 5억원을 벌면, 국내주식의 경우 1억72만원 가량을 금투세로 내고, 해외주식은 1억2000만원 이상을 금투세로 낸다. 투자자들이 2000만원 가량 세금을 더 내는 해외시장으로 나갈까.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금투세가 아니라 기업가치의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상황에서 큰손 투자자들이 금투세 안 내려고 국내시장을 뜬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재부의 의뢰를 받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20년 6월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금투세를 도입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8월 실시한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속 경제학자 80%가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51%가 금투세 시행이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응답하기도 했다.

◇투명하게 걷어가고 있는 근로소득세=게다가 투명하게 소득이 노출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등과 달리 주식 등에 수억원을 투자해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전년보다 1.7조원(3.0%) 증가한 59.1조원이다. 법인세(-23.2조원), 양도소득세(-14.7조원), 종합부동산세(-2.1조원) 등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근로소득세는 증가했다. 국세수입 344.1조원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세의 비중 역시 2022년 14.5%에서 2023년에는 17.2%로 높아졌는데,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작년에도 덜 걷고 덜 쓰고, 자산보단 노동에 더 걷어서 비판받은 바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세금 감면과 비과세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쏠렸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가 나서서 금투세 폐지에 열을 올리고 주식시장에 혼란을 주니, 직장인이 ‘봉’이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나. 게다가 이는 종부세와 같은 자산 관련 세수를 형해화한데 기인한다.

정부는 작금의 민생위기 극복과 체감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극복을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세입 기반 확충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세 형평성,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금투세가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