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판매업체 피해 확산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판매업체 피해 확산 온라인 플랫폼, 신뢰 뒷받침할 제도 시급

기사입력2024-08-20 12:00

지난 7월 큐텐그룹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와 판매업체를 중개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결제를 하면일정 기간 후 판매업체에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는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판매업체에 대금 정산을 중단했고, 이로 인해 소비자 환불도 지연 및 중단됐다. 피해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 규모는 최소 8000명에 달할 만큼 사태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살펴본다.

배달대행·투자연계 플랫폼에서도 정산지연

최근 배달대행플랫폼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기업 만나코퍼레이션이 전국 배달 총판과 라이더에게 대금 정산을 지연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만나플러스는 가맹을 맺은 음식점들이 배달을 맡기며 선불 충전금을 예치하면, 실제 배달이 이루어진 뒤 선불 충전금의 일부를 떼어 총판과 라이더에게 포인트 형식으로 배달비를 지급한다. 이에 배달 총판과 라이더는 필요할 때마다 포인트를 계좌로 출금해 왔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만나플러스의 출금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이후 1일 1회 100만 원 등으로 출금 금액에 한도가 걸리더니, 점점 출금 가능한 금액이 줄어들고 제때 출금되지도 않았다.

만나코퍼레이션은 현재 배달대행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 만나코퍼레이션이 전국 배달 총판과 라이더에게 지급하지 못한 배달비는 약 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건은 배달대행 업계의 티메프 논란으로 번졌고, 현재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에 있다.

티몬과 위메프 관련 피해 소비자 집단분쟁조정 신청 규모가 8000명에 달할 만큼 사태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온라인투자연계 금융업체인 크로스파이낸스에 약 600억원을 정산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이 필요한 이에게 투자금을 대출해주고,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구조로 P2P 금융이라고도 불린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소상공인의 카드매출채권 선정산상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한 소상공인들은 대금을 정산받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 이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에 묶인 매출을 담보로 삼아 선정산대출을 받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도 한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선정산업체와 투자자를 중개한다. 선정산업체는 소상공인(가맹점)에게 카드매출채권을 매입해 이를 담보로 삼고, 크로스파이낸스에게 대출을 신청한다. 크로스파이낸스는PG사의 가맹점 카드매출 정산금액을 확인한 뒤, 선정산업체에 투자금을 빌려준다. 이때 PG사가 정산을 담당하는데,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유동성 확보 문제로 정산을 하지 못했다. 이에 크로스파이낸스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은 크로스파이낸스와 루멘페이먼츠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늦은 정산에 판매업체는 선정산대출 의존

최근 일어난 사태들은 금전이 오가는 사이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나치게 긴 정산 주기와 중개 시스템을 악용한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된다. 소비자에게는 먼저 돈을 받지만 판매업체에게 돌려줄 금액은 늦게 정산하는 만큼 돈이 쌓인다. 여기에 자칫 도덕적 해이가 더해진다면 정산금을 마음대로 유용할 여지가 생긴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주기는 약 50~60일로 다른 온라인 플랫폼 대비 정산 주기가 길다. 그 동안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이 계속해서 쌓인다. 티메프가 정산해야 할 판매 대금의 일부는 큐텐이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티몬과 위메프는 2010년 창립한 이래 연간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운영을 지속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산 주기를 악용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이 따라붙는다. 경쟁사인 네이버·지마켓·11번가 등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뒤 1~2일 영업일 이후 정산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크로스파이낸스와 루멘페이먼츠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선정산업체와 투자자를 중개하는 업체이며, 홈페이지 회사소개 페이지에는 “카드매출채권 담보 상품 투자 시, PG사와 카드사에서 정산될 금액에 대해 안정적으로 투자가 가능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크로스파이낸스의 선정산대출 투자 상품은 대부분 루멘페이먼츠와 연관돼 있어 피해 규모가 크다.

만나플러스 사태도 중개 시스템의 지위가 두드러진다. 만나플러스는 가맹점, 총판과 라이더 사이에서 현금을 정산한다. 가맹점은 선불로 충전금을 예치하고 총판과 라이더는 일정 주기마다 한 번에 정산을 받아왔다. 피해자들은 만나플러스가 이러한 중개 시스템을 악용해 가맹점에게 받은 충전금을 다른 용도로 유용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금전이 오가는 시스템을 두고 중개 역할을 맡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쇼핑, 주문배달, 여행, 숙박, 택시, 렌터카 등 다양한 업종에 자리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준다는 점에서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훼손된다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업체, 소상공인이 을의 입장에 놓인 것도 문제다. 판매업체와 소상공인은 마켓 입점을 위해 긴 정산 주기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산 주기가 길어질수록 영세한 업체는 재고 관리와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상공인들이 선정산대출을 받는 이유도 온라인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 때문인데, 이에 따른 이자 부담마저 고스란히 소상공인의 몫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일 전자상거래 업체의 정산 기한을 현행 40~60일보다 단축하고, 판매 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PG사의 등록요건과 경영지도 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판매업체와 소비자가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