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기술·경영 노하우의 활용·전수가 목적인데

프린트

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중기 기술·경영 노하우의 활용·전수가 목적인데 “기득권 세습세제로 전락한 가업상속공제 대폭 개정 필요”

기사입력2024-07-30 16:1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중소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전수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본래의 입법취지를 벗어나, ‘기득권 세습세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격한 요건 아래 가업상속공제가 이뤄지도록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환·김남근·오기형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30일 개최한 ‘가업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재정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유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가업승계세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연 평균 수 백건에 불과한 가업상속 등에 대해 2023년 기준 1조원 가까운 공제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근로소득자에게는 지속적인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2022년 중 근로소득세 세수는 지속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도소득세를 제외한 자본이득 관련 세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같은 기간 노동세수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소비세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법인세수와 금융세수는 경제규모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독일 헌법재판소, 가업상속공제 위헌으로 판단

가업승계세제는 1997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제한도 1억원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 7차례의 개편을 통해 적용범위와 공제한도가 확대되고 사후관리가 완화돼 왔다. 특히 2007년 가업승계세제가 조세제한법에 규정되고 사후관리가 대폭 완화되면서, 가업승계세제는 자산가의 상속세 면탈수단으로 전략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지적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현행 우리나라 헌법과 관련 법률에는 조세정의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헌법 재판소와 학문적으로는 독일 ‘조세기본법’에 기초해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헌법재판소는 1994년 및 2014년 가업상속공제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규모와 공제방법 등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가업상속공제라는 조세우대에 정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있으며,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 확인 없는 조세감면 및 적용배제는 헌법상 평등원칙과 비례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위헌판결 이후, 대규모 기업(자산규모 2600만 유로, 한화 약 337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는 엄격 심사로 전환됐다.

유 교수는 “조세정의와 조세공평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세제는 과세제도가 아니라 상속세를 면제하기 위한 조세특례제도로 기능을 하고 있다”며, 대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업승계세제가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되고 사후관리가 대폭 완화되면서 가업상속(승계)세제는 공익목적 관련규정이 형해화돼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독일은 위헌판결 이후 가업상속공제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공제제한 및 필요성 심사 등 가업상속공제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해온 반면,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는 적용대상이 중견기업까지, 공제금액은 최대 600억까지로 확대됐고 사후관리기간이 15년에서 5년까지로 단축되는 등 입법목적과 취지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김남근·오기형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30일 ‘가업상속공제 무엇이 문제인가 ; 재정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우리나라는 입법취지와 무관한 기업경쟁력 제고를 빌미로 가업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해 가업상속제도가 ‘기득권 세습세제’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이 확대되면서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의 수와 공제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사후관리는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업상속공제 입법취지에 맞도록 대폭 개정 필요

유 교수는 현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업상속공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업상속세제의 확대는 ‘기득권 세습세제’에 불과하다”며, “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효율적 활용 및 전수를 통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도록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동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엄격한 요건 아래에 가업승계 제도가 이뤄지도록 해 상속세,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주요 개정 필요사항으로 ▲상속인의 가업 종사기간을 10년 이상으로 확대 ▲상속인의 가업 외 수익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가업상속 또는 증여에 따른 공제 혜택을 배제하는 조항 신설 ▲가업승계 이후 업종변경 범위를 대분류 내에서 중분류 내로 축소 ▲소액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상장기업의 경우 가업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가업승계 불인정 ▲고용 유지 요건을 중소기업은 100%, 중견기업은 120%로 원복 ▲사후관리기간 확대 ▲대상기업 확장 제한 등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