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을 위해 ‘라디오 스타’가 있는 수원 못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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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상인을 위해 ‘라디오 스타’가 있는 수원 못골시장 시장상인 사연만 담아 방송 ‘소통·단합’ 성공…이충환 상인회장

기사입력2017-01-05 20:1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수원시 팔달구에 9개의 크고 작은 시장이 모여있는 남문시장. 그 가장 안쪽에 못골시장이 있다. 한때는 남문시장에서도 가장 규모도 작고 허름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라디오방송 ‘못골온에어’, 상인들의 합창단 ‘줌마불평합창단’ 등 독자적인 시장문화사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시장이다. 변화를 이끈 장본인은 ‘시장에 살고, 시장에 죽는다’는 이충환 상인회장이다.

“사람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라고 말하더군요. 내 가게도 팽개치고 시장활성화 사업에만 집중해왔으니까요.”

수원 못골시장 이충환 상인회장. ‘시장에 살고, 시장에 죽는다’는 그는 못골시장의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 회장은 1999년 이 못골시장에 처음 들어왔다. 경기도 오산에서 작은 제과점을 하다 사업을 접고 우연히 오게 된 곳이 이 못골시장이다. 알음알음하며 시장 안에 작은 건어물가게를 냈지만, 처음 시작하는 시장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이 곳 상인들이 굉장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었죠. 외지사람이 들어와 장사한다고 하니 경계를 하고 배척해서 금방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상인회 총무 맡으며 상인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다

금방 떠나리라던 이 회장의 생각은 ‘어쩌다가’ 상인회 총무 일을 맡으면서 ‘시장에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그는 “나 스스로 달라져야 겠다, 또 누군가 앞에 나서서 일하지 않으면, 우리 시장 뿐만 아니라 내 가게도 문을 닫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이 회장은 먼저 마음을 열고 상인들에게 다가갔다.

이 회장은 5년간 총무생활을 하고 상인회장을 맡은 것이 올해로 7년차다. 못골시장 상인들과 가까워지고 싶었고, 신바람나는 시장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문화시장 사업’이었다. 문화를 통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사업인데, 전국 최초로 못골시장과 강원도 주문진 시장이 시범사업 시장으로 선정됐다. 때마침 시장현대화 사업을 신청해 아케이드와 바닥공사도 했다.

이충환 상인회장이 운영하는 건어물 상점 ‘완도상회’. ©중기이코노미

“요즘에는 문화관광형 시장, 골목형 시장, 글로벌명품 시장 같이 문화를 집어넣는 사업들이 많이 생겼지만 예전에는 단순히 시설현대화 사업이 전부였습니다.”

이 회장은 문전성시 문화시장 사업을 하며 문화사업과 현대화사업을 함께 진행할 때,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체험했다. 우선 상인들이 모여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로 동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는 밴드를 하고 어떤 상인은 합창단을 했다. 기타 동아리도 생기고,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손글씨 쓰기 동아리를 만들었다. 못골시장에서만 방송되는 ‘상인들의, 상인들에 의한’ 라디오방송 ‘못골온에어’도 시장에서 인기다.

이 회장은 이 못골온에어의 1기 DJ다. 일주일에 두번 방송하는 못골온에어에서는 상인들의 시시콜콜한 사연들, 사연이 담긴 신청곡 등이 흘러 나온다. 이 회장은 상인 자신들의 이야기여서 상인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4기 상인 DJ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화사업은 상인들만의 활동이지만, 이를 통해 상인들 간의 유대감이 높아지고 단결도 잘돼 다른 사업을 진행해도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시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 회장은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무엇보다 시장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진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기이코노미

“먼저 준비 됐는지 진단해보고 지원사업을 신청하라”

이 회장은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지원해주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사업을 신청하려면 무엇보다 그 시장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먼저 진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못골시장의 성공으로 매년 전국에서 이 시장을 벤치마킹하고자 5000여명의 상인들과 관계자들이 다녀간다. 또 이 회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전국에서 강의 요청을 받기고 한다.

“다른 시장을 다니다 보면 어떤 시장은 전광판 만들어줬더니 전기요금 발생한다고 사용 안하고, 어떤 곳은 시장간판 지원을 받고는 지원받은 상인들과 못받은 상인들의 갈등때문에 철거도 하더군요. 또 어떤 곳은 화장실 지었더니 시에다가 화장지와 물세까지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인들간에 단합도 안되고 마음의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현대화사업이나 문화사업 등을 추진한다해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먼저 상인교육, 역량강화 등을 진행하고 준비가 된 상황에서 다음 사업을 진행해야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음으로 늘 고맙고 미안한 속깊은 아내

총각시절 홀로 이 시장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아내와 9살 딸아이가 있는 어엿한 가장이다. 이 회장은 프로포즈는 어떻게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속여서 결혼했다”며 웃었다. 아내 김혜연 씨와 연애할 당시에는 가게는 안 돌보고, 상인회 일만 열심히 하느라 카드빚까지 져야했던 상황이었다.

“아내가 장사에 대해 잘 몰라서 하루에 몇 십만원씩 매출이 생기면 그게 다 내 돈인 줄 알았죠. 사실 다 남의 돈이고 3% 정도 겨우 마진이 남았는데도 말입니다. 지금도 그 얘기 하면 ‘속았다’며 구박합니다. 그동안 아내에게 표현은 못했는데 남편을 믿고 묵묵히 가게와 집을 돌봐준 속 깊은 아내가 항상 마음 속으로 고맙고, 함께 못 놀아준 아이에게 미안하죠.”

이 회장은 요즘도 상인회 일에만 전념하고 있는 자신을 대신해 가게며 가정을 돌보는 아내에게 미안해 했다.

“시장을 한번 살려보자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시장이 살아야 내 가게도 사는 것이라고 믿고요. 그래도 시장이 활성화돼 상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미치길 잘했구나 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미쳐서 살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