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성공이라 하지만 언제나 지금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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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남들은 성공이라 하지만 언제나 지금이 시작” 꿈과 열정이 만든 대한민국식품명인…풍미식품㈜ 유정임 대표

기사입력2016-12-17 11:4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풍미식품㈜ 유정임 대표는 지금도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원부자재의 시세며, 시장 흐름 등을 발로 뛰며 파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치.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젓갈 등을 버무려 자연숙성시킨 전통 발효식품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는 배추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등 몇 종 안되지만, 우리나라 김치는 187종에 이른다고 한다. 풍미식품㈜ 유정임 대표는 그중에서도 포기김치 분야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한 대한민국식품명인이다.

1986년 경기도 수원시 세류시장안에 15평짜리 ‘풍미식품’이라는 김치가게를 열고, 가내수공업 형태로 김치를 만들어 팔 때만해도 유 대표의 친정어머니는 “누가 김치를 사다가 먹냐”며 “집에서 살림이나 잘 하라”고 만류했었다.

“어머니를 닮아 손끝이 야물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잘 하는 건 음식하는 일이었고, 작은 가게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김치로 박물관도 만들고 수출도 하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당당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사회환원

풍미식품 김치 생산현장(사진 위)과 풍미식품 유정임 대표가 사비를 들여 사옥 3층에 만든 ‘한국전통식품박물관’ ©중기이코노미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이 있었지만 유 대표는 남편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이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김치를 사먹는 시절이 아니어서 식당이나 회사를 중심으로 영업을 다니면 문전박대 받기 일쑤였다. 그는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고 여성 CEO는 ‘독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직원들의 생계도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여성이라서 편견이 많았어요. 애써 전해준 명함도 면전에서 찢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죠. 직원없는 사장이 어딨겠어요. 저는 그냥 대표일뿐 직원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혼자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100여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기업이다. 유 대표는 개인사업자에서 지난 2013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매년 자신의 연봉 30%를 나눠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어렵게 살았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기업을 해 돈을 벌면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풍미식품㈜에서는 국내산 원부자재만을 사용해 매일 30톤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기업은 항상 연구해야 한다’…전통식품 연구 매진

“김치사업은 항상 어려워요. 배추며, 원부자재 가격이 항상 널뛰기하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풍미식품에서 생산하는 모든 전통식품의 원부자재는 국내산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유 대표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3일만에 직접 대관령으로 배추를 구매하러 간 일을 회상하며 “서툰 운전실력으로 트럭에 배추 한가득 싣고 오다가 언덕에서 차가 뒤로 밀릴 때는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창업초기 참석한 한 강연에서 강연자가 ‘기업은 항상 연구해야 한다’던 말을 마음에 새겼다. 사무실 한 켠에 작은 연구실을 만들었고, 지금은 기업부설연구실을 따로 마련해 전통 식품과 문화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풍미식품이 보유한 전통식품 관련 특허만 30여건. 2010년에는 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기업부설연구원 인증을 받기도 했다.

매일 채워나가는 ‘꿈과 열정’이 성공의 원동력

유 대표의 꿈은 풍미식품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처음엔 하루에 ‘100kg만 팔면 소원이 없겠다’ 했죠. 그러다 100kg 팔고나면, ‘200kg 팔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채워가다보니 하루에 김치 30톤을 생산하는 공장이 됐습니다.”

김장철인 요즘에는 전통식품체험관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함께 모여 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한다. ©중기이코노미

수원시 오목천동 일대 2000여평의 풍미식품 사옥에는 유 대표가 꿈꿔오던 ‘한국전통식품박물관’과 ‘전통식품 체험관’, ‘기업부설연구소’ 등이 김치제조공장과 함께 자리잡았다. 김치전문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장류, 떡류, 한과류, 두부 등의 영역으로 생산품을 확대해 전통식품전문기업이 됐다. 김장철인 요즘에는 전통식품체험관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들까지 참여하는 김치담그기 체험행사가 매일 열린다.

“김치를 잘 안먹던 유치원 아이들도 여기서 체험을 하고 가면 김치를 잘 먹게 된다고 합니다. 직접 만들어보고 체험해본 결과겠죠.”

대한민국식품명인, 기술혁신형기업(INNO-BIZ), 전통식품품질인증, 동탑산업훈장 수훈, 연매출 100억원, 일평균 30톤의 김치생산…. 풍미식품 30년 동안 유 대표가 이룬 성과중 일부다. 수원 화성의 제12대 혜경궁홍씨로 발탁됐으며, 한국농식품여성CEO연합회 회장, 대한민국김치협회 이사 등을 맡아 매일의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자랑스런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초기에는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살림과 사업을 동시에 이어가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다고 한다. 지금도 하루하루 꽉찬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그를 버티게 하는 것은 ‘열정’이다. ‘내가 만든 제품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유 대표는 그러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만들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먹어보고, 고객의 소리도 듣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은 성공했다는 말을 하지만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아서 전 언제나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대표는 지금도 시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원부자재의 시세며, 시장흐름 등을 발로 뛰며 파악하고 있다. 그의 다음 꿈은 서울광장에서 각국의 대사들을 초청해 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하고 그들의 고국으로 김치를 보내는 것이다. 내년쯤이면 그의 꿈이 실현돼 서울광장에서 풍미식품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