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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부자를 꿈꾸며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는 딸에게
“네 이웃과 뭔가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해”
- 기사입력2019-03-07 18:1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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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이 어린이집 다닐 때 이야기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의 영상을 만든다며 무언가 설명을 하더니 급기야 어색한 춤까지 춘다. 몇 분이 지났을까. 마무리 즈음엔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추천 꾹’이란 말을 덧붙였다. 나름 개인방송 예행연습을 한 것이다.
스마트폰 영상이라곤 간혹 만화 보는 게 전부였던 딸이,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었는지 황당한 마음에 출처를 물었다. 부질없는 질문이었다. 언제부턴가 부모가 가르쳐 주지 않은 많은 것을 우리사회가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래도 물었다. 추천을 왜, 해야 하는 것이냐고. 딸 대답은 분명했다. “인기를 얻어야 되는 거래”.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익 즉 돈과 연관이 있다는 부분까지는 언급하지 않아서 말이다.
개인방송이 대세가 된지 오래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이미 유망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재밌는데다 다양한 사람의 관심도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큰돈을 어렵지 않게 벌 수 있다는 것도 보드라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초등학생 딸이 어린이집 다닐 때 이야기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의 영상을 만든다며 무언가 설명을 하더니 급기야 어색한 춤까지 춘다. 몇 분이 지났을까. 마무리 즈음엔 매우 상냥한 목소리로 ‘추천 꾹’이란 말을 덧붙였다. 나름 개인방송 예행연습을 한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이런 추세에는 불편한 현실의 단면이 담겨 있다. 돈으로 대표되는 물질이 만능으로 자리잡은 세상, 더불어 살기보다 홀로 사는 게 편해진 일상, 세계를 호령하는 인터넷강국 국민의 무조건 빨리빨리 주의. 여기에 취업이 어렵다는 보도까지 연이어 나오니 아이들이라고 특별히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겠는가.
유망직종으로 분류하는 개인방송 자체에 대한 평가는 차선으로 넘기더라도 시장이 형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규모 역시 제법 커졌다. 엄청난 식사량을 과시하는 한 개인방송 진행자가 대기업 간부 연봉에 준할 만큼 수익을 챙긴다는 보도가 나오니 말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늙은 육체 이끌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시때때 다니며 폐지 줍는 노인, 전쟁 같은 새벽 잔업 마치고 퇴근길에 오른 노동자, 목청 터져라 손님 부르다 하루를 다 보낸 자영업자 모두 쉽지 않은 일상의 연속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들이 부모세대 노동의 가치를 고귀하게 느끼고 그 성실함을 본받는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은 그들이 그런 것을 생각하고 느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아니 여유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왔다. 농사 이외 특별한 직업이 없으니 부모님의 직업을 분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다른 직업군에 종사했을 뿐이다. ‘농사꾼’이란 직업의 가치를 폄하하고, 그를 창피하게 여길 환경이 아니었단 말이다, 오히려 많은 친구들이 농사일을 거들며 노동의 무게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농사의 힘듦을 배웠고, 그 버거운 삶을 견뎌내는 부모님의 성실함에 감사를 느꼈다.
눈 감고 귀 닫아도 알 정도로 자영업이 어렵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대기업 아니면 일상생활마저 불가능할 정도의 박봉에 시달린다는 막막한 주장도 흐드러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자영업자, 대기업 종사자가 아닌 부모를 둔 자녀라면 ‘난 부자가 될 거야’란 다짐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이 대목에서 내 애기를 좀 하면, 딸이 개인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면 어찌 할까. 막을 도리가 있겠냐만 할 말은 해야 되지 않겠나.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어. 언론에서 자영업이 어렵다니, 중소기업 직장인이 박봉이란 말은 그 일이 미천하다는 소리가 아냐. 엄마·아빠가 노력하고 열심히 한만큼 벌 수 있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지. 혼자만 돈 벌기 위한 자학방송보다는, 네 이웃에게 뭔가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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