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독선도 문제지만, 여당의 무능이 더 문제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홍남기 독선도 문제지만, 여당의 무능이 더 문제 180석의 ‘공룡여당’, 권능에 걸맞는 의지와 결단부터 보여라

기사입력2020-04-22 15:3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1대 국회. 임기가 아직 개시되지 않았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 숫자를 더하면 180석. 4·15 총선 결과,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150명보다 30명이 더 많은 공룡정당이 탄생했다. ‘기승전-문재인’ 외에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지 못했던 극우·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집권여당이 유능하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독재·좌익’ 타령 밖에 모르는 극우·보수 야당이 싫어서 만들어진 정치지형이다.

또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을 공룡으로 키운 국민의 뜻은, 그 힘과 권한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더 이상 ‘야당 탓’하면서 우왕좌왕하지 말고, 개혁의 깃발을 곧추 세우고 직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발표한 공약집을 다시 꺼내들고,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이행하라는 염원이 모인 결과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시스>

4·15 총선이 끝난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대통령의 공약을 살펴 본격적인 개혁을 준비해야할 지금, 집권여당이 또다시 비틀거린다. 이번엔 말만 많았던 야당이 아니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발목을 잡았다. 기득권자의 저항이 불가피한 개혁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진통도 아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민주당의 총선 공약, 국민 모두가 또렷하고 생생히 기억하는 공약을 파기하라고 압박하는 꼴이다.

홍남기 부총리, 선을 넘었다. 4·15 총선 당시 집권여당이 당론으로 정한 對국민 약속이다. 총선과정에서 제1야당 대표도 일괄지급을 제안했다.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사안을 ‘정치권 일각’의 지적이라고 폄하하는 오만은 관료의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국민 다수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켜야겠다는 독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정(黨政)이지, 政 다음에 黨이 아니다. 권력관계 서열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과 관련해 무한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국정운영 성과에 따라 재신임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야당의 지위에 선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정책의 결정권은 집권여당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은 총선을 통해 심판을 받는다. 그게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고 책임정치다. 정부관료는 책임정치를 구현함에 있어 손발에 머물러야지, 머리가 될 수는 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본분에 맞게 당장 자신의 주장을 접어야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권한남용도 문제지만,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집권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이 더 문제다. 국민 여론에 떠밀려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야 풀 수 있겠지만, 그 이후가 걱정돼서다. 국민의 이름으로 관료의 저항을 제압할 방법과 수단을 찾아야할 집권여당이, 오히려 포섭되고 부화뇌동해서는 한발도 더 나갈 수 없다. 지난 3년여 동안 못했던 개혁과제 이행도 못할 뿐더러,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끌고 갈 수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여당은 개헌만 빼고 뭐든 할 수 있다는 180석의 권능을 부여받았다. 야당 핑계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승부하려면, 그에 걸맞는 강력한 의지와 단호한 결단력을 보여야만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딴지는 사소한 문제다. 미증유의 비상시국에 이 문제를 두고 시간을 보낼만큼 한가롭지 않은 위기국면임을 알아야한다.

총선 참패로 지리멸렬한 미래통합당, 그나마 그 자리라도 지키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맹목적인 반공·반북 정서를 조장하고, 변화된 현실을 부정하는 냉전주의 사고로는 국민들로부터 더 멀어질 뿐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정책마저 사회주의라고 선동하고 매도해서는 더 이상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그에 앞서 불과 일주일여 전에 한 국민과의 약속마저 내팽개쳐서는 공당으로 존재할 이유 자체가 없다.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분풀이로 생떼를 부릴 요량이 아니라면, 긴급재난지원금 일괄지급 약속부터 이행해라.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