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카카오와 싸운다…‘내 특허기술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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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골리앗, 카카오와 싸운다…‘내 특허기술 돌려줘’ “특허침해 처벌 제대로 안하면 생태계 다 죽는다”…㈜인스타페이 배재광 대표

기사입력2016-10-25 14: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핀테크 중소기업 ㈜인스타페이와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카카오의 얘기다. 인스타페이 배재광 대표는 ‘카피캣’ 카카오가 자사 기술을 훔쳐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스타페이 배재광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특허 침해 문서. 아래가 인스타페이가 한전에 제안한 내용, 위가 카카오가 운영 중인 카카오페이 고지서 서비스다. <자료=배재광 대표> ©중기이코노미

시장에서 심판 역할을 해야 할 플랫폼기업이 선수로 뛰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배 대표의 주장이다. 배재광 대표는 25일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기업은 심판이고, 우리 같은 회사는 선수다. 공정한 룰을 만들고 선수들이 뛸 수 있게 해줘야 할 카카오가 직접 경기장에 뛰어들어 혁신적인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카카오페이의 지로결제 시스템이 자사 특허인 ‘이동통신단말기를 이용한 지로결제 시스템’과 유사하다며 광주지방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카카오가 지로 서비스를 즉시 중단할 수 있게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광주지법은 지난달 28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배 대표는 가처분 항고 신청을 마쳤고, 별도의 특허침해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스타페이가 주장하는 기술 유출 경위는 이렇다. 배 대표는 2008년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해 2010년 등록을 받은 뒤 2013년 한국전력을 찾아가 바코드를 스캔하면 휴대전화로 지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핀테크나 모바일결제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았던 터라 한전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인스타페이 배재광 대표 ©중기이코노미

배 대표는 “2014년 핀테크 열풍이 부니 한전이 우리가 제안했던 것을 생각해낸 듯 보인다. 우린 작은 회사니 카카오와 하면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한전과 카카오는 업무제휴를 맺고 올해 2월 카카오톡으로 전기요금을 납부할 수 있는 카카오 지로서비스를 출시했다.

한전과의 업무제휴 당시 카카오가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카카오가 뒤늦게라도 깨달았다면 특허권자인 자신과 상의를 했어야 한다는 게 배 대표 설명이다. 그는 “남의 물건을 주웠는데 이름이 적혀 있으면 돌려주는 게 기본이다. 우연히 주웠더라도 돌려주지 않으면 점유이탈물 횡령죄”라고 했다. 현재 카카오는 직접 개발한 기술이 맞다는 입장이다.

배 대표는 법대로 끝까지 싸우면 100%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대는 대기업이지만 그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해 사법시험을 합격한 뒤 변호사 대신 벤처기업 법률자문의 길을 택했다. NHN 법률 및 전략담당 자문, 한글과컴퓨터 감사, 엔씨소프트 이사 등을 지냈다. 벤처기업 법률컨설팅회사인 벤처법률지원센터를 설립해 20년째 운영 중이다.

2008년 배재광 대표가 출원한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지로 요금 결제 방법 및 장치’에 관한 특허는 2010년 특허청에 등록됐다. <자료=배재광 대표> ©중기이코노미

벤처업계에 투신한 배 대표는 특히 금융분야에서 희망을 봤다. 그래서 휴대전화로 지로요금 결제를 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내고 2010년 스마트결제라는 회사를 차렸다. 인스타페이의 전신이다. 발명특허를 가지고 여러 회사에 문을 두드려봤지만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공인인증서라는 거대한 벽 때문이었다. 공인인증서가 존재하는 한 사업이 더 나아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잠시 사업을 접었던 배 대표가 다시 일어난 건 공인인증서를 없애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덕분이다. 재기의 기회라 판단한 그는 2013년에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물론 은행과 일부 카드사에서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해 온 조항은 사라졌다. 이제 막 제대로 사업을 해보려던 찰나에 기술유용이라는 암초에 걸린 것이다.

“플랫폼기업이라면 판을 깔아놓고 선수들이 편안하게 놀 수 있게 해 줘야 하는데, 곳곳에 함정을 파 놔요. 생태계가 좋다고 놀러온 사람들을 함정에 빠트려 잡아먹는 행태죠. 이런 기업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아웃 시켜야 합니다. 한국은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법이 너무 무뎌요. 미국만 봐도 그래요. 특허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 걸리면 조 단위로 물어내야 하고 형사처벌도 받습니다”

카카오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이번 소송이 시장의 룰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우선은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시행돼야 해요. 특허나 영업비밀 침해에 관한 법률은 민·형사에서 제대로 작동해야죠. 이 두 가지로 바로 서야 함부로 못할 거예요. 힘 있는 자들을 막지 않으면 생태계가 피폐해져요. 한국 생태계가 다 죽어버리는 겁니다. 카카오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회사입니다. 이번 소송이 카카오가 카피캣 행태를 그만두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