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된 영화 티켓값 3000원…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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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인상된 영화 티켓값 3000원…어디로 사라졌나 어떻게 정산이 된건지…제작자·관객 있어야 ‘영화관’도 존재한다

기사입력2024-07-17 00: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ㅣ다른기사보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내 손으로 번 첫 ‘알바비’로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갔었다. 한 무명배우가 불치병에 걸린 아내의 첫사랑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오열을 하며 봤는데, 정작 어머니는 졸았고 아버지는 뭐 이런 걸 영화로 보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다시는 부모님과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그때 얘기를 하며 웃곤 한다. 친구와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그때의 재미있었던 상황만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 우리에게 영화관이란 그런 곳이다. 한 편의 영화보다도 그때 함께 했던 사람, 함께 나눈 이야기, 영화관을 오가는 거리에 대한 기억들.

그랬던 필자도 한 달에 한 번은 가던 영화관을 최근엔 잘 가지 않게 됐다. 주말이면 집 근처에 영화관이 있는 대형쇼핑몰에 종종 가게 되는데, 예전처럼 “우리 영화나 볼까?”라는 말이 사라졌다. 신용카드도 잘 안 쓰고 알뜰폰을 써서 할인 포인트도 없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꽤 비싼 취미가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명이 넘었던 영화 관객 수는 2020년 5900만명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에도 1억2000만명으로 절반 수준 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우리 국민 5000만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4번은 영화를 봤다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300만~400만 관객 영화…‘중박’ 영화가 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OTT의 활성화, 다른 오락문화의 발달을 얘기하지만, 관객들은 코로나19 시기 최대 40%, 액수로는 3000원이 인상된 ‘비싼 관람료’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관객의 4명 중 1명은 티켓값을 내리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OTT가 최근 활성화되었다고는 하지만 IPTV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시절에도 영화 관객 수는 꾸준히 늘어왔고,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 영화와는 다른 드라마형 콘텐츠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관객 수 급감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관객 수 반토막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선 이전보다 여러 번 영화를 보러 갈 수 없게 된 관객들이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이미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후기나 평점, 입소문을 탄 소위 ‘검증 된’ 영화에만 관객들이 몰렸다.

지난 4년간 최대 40%까지 올려받은 영화티켓 가격은 영화계에 잘 분배가 되고 있을까?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극장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황금시간대에 그 영화를 도배했다. 그러다보니 영화 자체가 천만 관객에 육박하거나 백만 명도 채우지 못하는 영화로 양분됐다. 300~400만 관객의 소위 ‘중박 영화’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본 투자사나 제작자들은 아예 영화제작 자체를 포기하거나 이미 찍어놓은 영화도 개봉 시기를 늦췄다. 볼만한 영화들이 사라지자, 관객들이 영화관을 더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말 위기다.

티켓값 올랐는데 객단가 떨어져…89억 손해 범죄도시4

그렇다면 백번 양보해 고물가와 고금리로 살림살이도 팍팍해진 관객들에게 지난 4년간 최대 40%까지 올려받은 영화티켓 가격은 영화계에 잘 분배되고 있을까? 결과만 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프로듀서협회를 포함한 영화계는 영화티켓 가격이 3000원 인상되는 동안 극장과 제작·배급사의 정산의 기준이 되는 객단가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폭로했다. 지난 6월26일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를 비롯한 소비자시민단체들이 티켓가격을 일방적으로 동일하게 인상한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사를 담합 및 폭리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일주일 후인 7월4일엔 15개 영화 관련 단체가 구성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의 불투명한 정산과 객단가 후려치기, 마케팅·할인비용 떠넘기기 문제를 신고하기도 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영화 티켓값은 3000원이 올랐지만 객단가는 2022년을 기점으로 1만49원에서 2024년 9595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개봉 시기도, 주 관객층도 유사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경우,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객단가로 인해 2023년 개봉한 범죄도시3에서는 약 58억원, 올해 개봉한 범죄도시4에서는 약 89억원의 손해를 본 셈이 됐다.

영화계는 객단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각종 할인정책의 확대를 꼽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에서는 SK텔레콤 할인을 받아 CGV에서 영화를 본 한 관객이 1만4000원짜리 티켓을 현금 8500원, 통신사 포인트 5500원으로 결제했는데,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는 발권금액이 7000원으로 찍힌 영수증이 공개되기도 했다. 통합전산망의 발권금액을 기준으로 객단가와 영화진흥기금, 부가세 등이 책정되기에 실제 통신사 포인트를 포함해 현금 8500원으로 결제한 티켓의 발권금액이 7000원에 불과하다는 건 최소 현금 1500원 어치의 정산금액과 기금, 부가세가 사라지고 있다는 셈이 된다.

<출처=국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 극복방안 토론회>

그런데 황당하게도 영화진흥기금을 걷고 집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이유도 해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명목티켓가격과 발권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딴 소리만 하고 있다.

제작자도, 투자자도, 관객도 있어야 ‘영화관’도 존재한다

CGV를 비롯한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은 코로나19 시기 극장들이 1조원대 손실을 봤고, 각종 마케팅을 통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와야 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정산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통사와의 분담비율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산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은 제작사와 투자사 입장에서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일일까? 코로나19 시기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이 큰 손실을 볼 때, 영화계는 아무 손실이 없었을까? 영화계가 어렵다고 해서 티켓가격 3000원 인상에 대해 별말 안 했던 관객들은 정작 제작사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줄어들고 3000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증발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기꺼이 인상된 티켓값을 내줘야 할까? 지금 상황은 극장이 사실상 1만2000원짜리 티켓을 1만5000원에 팔면서 관객들에게는 3000원을 할인해준다는 마케팅을 하는 ‘가장 할인판매’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뻔한 수작에 관객들은 할인을 받아서라도 영화를 더 보려고 할까, 아니면 아예 영화를 보러가지 않을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명백히 후자다. 그리고 관객 수 감소와 영화제작 중단, 관객들의 선택권 축소, 영화산업 축소 등 그 후과를 영화계와 관객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영화계와 관객들의 물음에 이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가 답변해야 할 차례다. 제작자와 관객이 있어야 영화관도 존재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