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달고나’의 김정훈 이사장에게 ‘협동식당 달고나’는 상수동의 이탈리아 식당 ‘비스트로 달고나’의 연장선이자, 협동조합 식당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협동조합 달고나’의 김정훈 이사장. ©중기이코노미
프로듀서 일을 하던 김정훈 이사장과 연인이자 역시 PD 출신인 강수연 씨는 2008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도시노동자의 삶에 대한 염증과 답답함이 떠나게 된 이유였다. 김 이사장은 일 년 넘게 이탈리아와 지중해 연안 나라들을 떠돌며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피부로 느꼈다. 다시 숨 막히는 직장생활로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와 이탈리아 문화를 전하는 식당을 열고 싶었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워낙 좋아해 식당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모아둔 돈이 없어 빚을 내 파스타전문점 비스트로 달고나를 열었습니다. 유명 요리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장사경험도 없었기에 자리를 잡기까지 적자의 연속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2년쯤 지나니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고 입소문이 나 홍대 인근 유명 식당이 됐습니다”
1인 사장의 한계·월세폭등…협동조합에서 답을 찾다
하지만 7년을 운영하다보니 한계점에 다다랐다. 워낙 협소한 공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규모를 키울 여지가 적었고, 무엇보다 1년 내내 가게에 묶여있는 자영업자의 삶은 직장생활과 다를 게 없었다. 또 상수동이 인기상권이 되면서 치솟은 월세도 문제였다. 열심히 일해 가게를 알려놓으니 월세폭등이라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분점을 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들은 협동조합을 택했다. 메뉴는 김 이사장과 강수연 씨가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개발한 냉면과 해장국이었다. 그들이 좋아하고 즐겨먹는 메뉴였고,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자신도 있었다.
자영업자, 전시기획자, 사회운동가, 외식업종사자 등 마음이 맞는 20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비스트로 달고나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 5명도 함께였다. 그 중 13명이 직원조합원으로 주방, 홀, 사무 등 필요한 업무를 맡아 일한다. 오전팀과 오후팀으로 나눠 8시간씩, 근무시간을 꼭 준수한다.
“조합원들 모두 같은 생각입니다. ‘돈 보다는 삶에 투자하자’ 필요한 만큼 벌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쓰자는 것이죠”
20명이 모이니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십시일반 출자금을 마련해 빚 없이 가게를 오픈했다. 비스트로 달고나에서 함께 일한 직원들은 젊기도 했지만 ‘달고나’라는 가게 인지도를 만드는데 상당부분 기여했기 때문에 다른 조합원에 비해 출자금을 50%만 냈다. 하지만 수익은 똑같이 나눠갖기로 했다.
망원동에 마련된 협동식당 가게도 조합원들이 모여 직접 꾸몄다. 미술작가와 전시기획을 했던 조합원은 인테리어를 맡고 디저트 가게를 운영했던 조합원은 장사 노하우를 전수했다. 테이블과 의자도 조합원들이 직접 제작했다. 함께 일하니 비용도 줄일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로 이해하고 협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김 이사장은 말한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7월 문을 연 협동식당 달고나는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매장에서 매일 끓여내는 담백한 육수는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자리가 모자라 손님들이 줄을 서 대기하는 날들도 생겨났다. 찬 바람부는 가을부터는 해장국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농사도 ‘협동조합’이면 자신있다…강화 협동농장 프로젝트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에는 조합원 4명이 강화도에 가서 배추를 심고 왔다. 배추 600포기, 순무 200개, 무 100개, 쪽파 200개…. 산지에서 좋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작황이 너무 좋아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들이 울고, 생산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가 애를 먹죠. 식당에겐 특히 직격탄입니다. 시장경제에서 수요공급의 불균형은 늘 이런 위기를 불러옵니다. 정부가 그 밸런스를 맞춰주면 좋지만 어느 정부도 그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한 적이 없죠”
매장 한켠에 ‘세월호416가족협의회’를 위한 모금함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래서 그들은 직접 나섰다. 강화도에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을 마련한 것이다. 강화도는 직원조합원 중 한명의 고향이기도 하다. 소개를 받아 비닐하우스 6개동을 갖춘 1000평 안팎의 농지를 임대할 수 있었다. 자영업도 농사도 만만치 않은 직업이지만, 조합원들은 강화협동농장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농촌생활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농작물 관리는 조합원들이 팀을 나눠 번갈아가며 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농사도 협동조합이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들이 함께하니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도 조합원을 공개 모집해 현재 협동식당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휴업중인 비스트로 달고나 영업을 다시 시작하고 새 사업장도 열 계획이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며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시장도 이미 과포화 상태죠. 사장 한 명이 모든 걸 떠맡기에는 버거움이 많습니다”
김 이사장은 그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협동조합에서 찾았다. 냉면 한 그릇이지만, 가치와 철학 없이 이윤에만 골몰하는 장사가 아니라 조금 덜 벌더라도 함께 살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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