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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한 데일리룩, 과감히 깬 ‘한복의 틀’
생활제품에도 적용한 MZ 디자이너의 ‘현실 한복’…2024 한복상점
- 기사입력2024-08-15 11: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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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개성 넘치는 한복을 선보이고 있는 각 부스마다 돌아다니며 의상을 입어보고 있다.“한복도 충분히 무대의상이 될 수 있고, 콘텐츠 의상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의복으로서의 편리성은 당연한 거고요.”자줏빛 립스틱에 짙은 색상의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멋들어지게 한 유수진 대표가 ‘온다타:파랑’의 부스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헤비메탈 밴드 멤버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놀랍게도 그가 착용한 한복과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 DDP 아트홀에서 열린 ‘한복상점’에는 유수진 대표처럼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디자인한 한복들이 관람객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디자인은 MZ뿐만 아니라 40~50대의 중장년층에까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한복에 대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밴딩과 물빨래로 편하고, 스타일리시한 데일리룩 완성
온다타:파랑의 유수진 대표(오른쪽)와 관계자가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크롭탑과 반바지를 매칭해 한복도 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정장 바지는 오피스룩으로 입기에도 충분하다. ©중기이코노미내·외국인 통틀어 우리나라의 고유문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한복’일 정도로 한복은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한복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함께 따라온다. 아름다운 선과 색채는 누구나 입어보고 싶은 옷임에는 분명하지만, ‘입기 불편한’, ‘세탁이 힘든’ 등 일상과 동떨어진 ‘예술’에 가까운 의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024 한복상점은 이런 한복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수는 장이었다.가장 먼저 기자의 눈길을 끈 부스는 강렬한 록커의 힘이 느껴지는 온다타:파랑이라는 기업이었다. 2022년 콘텐츠 의상 제작으로 출발한 온다타:파랑은 한복의 카테고리를 넓혔다는 평을 업계에서 받고 있다.이 기업의 유수진 대표는 “콘텐츠 의상을 납품하다 보니 생활한복에도 욕심이 생겨 시판할 수 있는 한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서정적인 느낌의 옷이 많았지만, 굳이 우리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우리가 좋아하고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스타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노선을 틀었다”고 말했다.한복의 매력이 서정적이고, 단아한 것만이 아니라, 강한 느낌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디자인은 MZ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젠더리스(Genderless), 보더리스(Borderless)의 개념을 적용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한다.유 대표는 “한국에는 허리에 비해 엉덩이가 큰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바지 옆에 밴딩을 넣어 핏은 살리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주머니도 깊어서 휴대폰과 지갑을 휴대하기에도 좋아 남성들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물세탁도 가능해 요즘 같은 여름철에 특히 관리하기 좋다”며, “상반기에는 수트 위주로 냈지만, 하반기부터는 스트리트웨어 위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끌루의 이경희 대표가 한복이 청바지 등 아무곳에나 매칭해도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기이코노미2022년 서핑 한복을 시작으로 캐주얼 의상으로까지 영역을 넓힌 기업도 있다.끌루 이경희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취미생활 할 때 입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디자인이 오늘날에 이르렀다”며, “서핑할 때 물에 들어가기 전,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에 작년에는 캠핑 한복을 선보여 캠퍼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이어 “올해에는 우리나라 전통 무복의 일종인 두정갑(頭釘甲)에서 콘셉트를 따왔는데, 만들고 보니 요즘에 많이 입는 저지 같은 스타일이 나왔다”며, “색동으로 생동감을 살리면서 버클 고름을 달아 편리성은 높였고, 고객들의 기념적인 숫자를 커스텀해 자신만의 개성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청바지 등 아무 데나 툭툭 걸칠 수 있는데다 최소한의 재단과 최소한의 재봉으로 만들어 입었을 때 요즘 유행하는 오버사이즈의 옷 형태가 연출되는 끌루는 오는 9월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할 예정이다.전통미와 실용성을 갖춰…근무복도, 영캐주얼도 한복30년간 전통한복을 주로 다뤘던 모브랜드에서 출발해 2021년 세컨드 브랜드로 탄생한 한복 영캐주얼의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구름을 모티브로 한 전행웃치마 스타일의 원피스를 걸쳐 입은 오르디자인하우스의 장하은 대표가 일상복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브랜드 오우르(OUWR)를 출시하고 있는 오르디자인하우스(OWR DESIGN HOUSE) 장하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회사에 다녔는데,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아진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장 대표는 하지만 “관심도에 비해 한복의 판매 수요가 높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인 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다”며 기업 설립취지를 밝혔다.이어 “전통문양이나 한국적인 패턴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완전한 전통 스타일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의 의복과 제품이 주를 이룬다”며, “이렇게 제작한 스타일을 통해 오우르만의 전통 컬처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오우르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기와에서 모티브를 얻은 처마 패턴이나 단청을 모티브로 한 구름 꽃 패턴, 불로초 등 십장생을 모티브로 한 패턴 등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특히 생활한복이라는 느낌조차 최소화하고 일반 의복처럼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리빙제품, 잡화류 등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생산, 제작까지 진행하는데, 복주머니를 모티브로 한 미니 백과 파우치도 인기 제품이라고 한다.장 대표는 “영캐주얼 브랜드다 보니 2030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생각했는데, 4050 구매율도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오우르 브랜드의 소품들. ©중기이코노미
한복 근무복을 선보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홍보 부스. ©중기이코노미한복의 일상화는 근무복으로 전환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일상에서 한복을 입는 문화를 확산하고, 한복업계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한복을 근무복으로 개발해 선뵀다.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경력 5년 이상의 중진급 한복 디자이너와 함께 2020년부터 한복 근무복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는 2023년에 개발한 매장 판매 및 대여 직군의 한복 근무복을 들고나왔다”고 말했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외 32개 기관 및 기업에 한복 근무복이 도입됐다. 특히 전통미와 실용성을 갖춰 문화관광해설사, 안내원 등 관광객과 서비스 접점이 높은 직군에서 수요가 많다.생활제품에도 한복 적용…친환경 패션 트렌드에 부합한복의 은은한 아름다움은 작은 오브젝트에 활용됐을 때 더욱 특별한 멋을 발산한다. 파스텔톤의 도마를 가지런히 전시해 놓은 자락(zarack)의 부스는 주방 제품에도 한복이 사용될 수 있다는 확장성을 보여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친환경성을 잊지 않았다.
도마로 변신한 한복. ©중기이코노미이 기업의 강현숙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만남에서 “한복을 만들고 나면 한 폭 이하는 다 폐기된다. 이 폐기된 한복의 자투리천을 가지고 디자인했다”며, “프린팅이 아니고, 도마 안에 자투리 천을 하나하나 손으로 디자인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뿌듯해했다.플라스틱보다 유연하면서 견고해 부드러운 TPU 소재를 활용해 칼집이 잘 나지 않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졌고, 틀 안의 한복 패턴은 패브릭이기 때문에 빛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 인테리어 소품이나 플레이팅(plating)용으로도 탁월한 멋을 발휘할 수 있다.강 대표는 “다품종소량생산이 원칙이고, 제품에 자신만의 각인도 할 수 있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며, “현재 대학교의 사회교육원과 경기도 용인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복지센터 등에 출강을 나감으로써 우리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브로치와 머리끈, 에코백 등 일상 소품을 선보인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지음규방공예 이미정 대표는 “모든 제품이 전부 손바느질로 한 핸드메이드”라며, “최근 명절이 다가오면서 용돈 봉투나 현금 지갑처럼 쓸 수 있거나 기프트카드와 카드 지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갑류가 많이 나가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어르신의 경우 브로치를, 젊은 층은 머리끈과 머리핀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청사초롱을 모티브로 만든 조명과 아이들이 다치지 말라는 의미가 있는 괴불노리개에서 착안한 열쇠고리도 인기 제품”이라고 했다.
지음규방공예의 제품(사진 위). 아래 사진은 에리키스의 곽연실 대표가 에코백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에코백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애리키스(ERRIEKYS)의 곽연실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한국의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직접 디자인 패턴을 만들어 패브릭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에코백이 주력 제품이지만, 미니 백과 주머니 스타일의 소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애리키스는 작년 중반부터 PC 케이스, 베개 커버 등 홈 패브릭도 출시해 선보이고 있는데, K-홈스타일링 트렌드와 맞물려 많은 고객이 좋아해 주고 있다고 한다.곽 대표는 “누가 봐도 ‘이건 한국 거네’, ‘전통적이네’라는 느낌 그대로 끌고 가기보다는 현대적인 감성을 믹스해 외국인도 거부감없이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은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한국의 멋을 보여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