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소한 ‘해서는 안될 일’은 구분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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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국회, 최소한 ‘해서는 안될 일’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학교 돈 24억원을 횡령해도, 청년 일자리를 가로채도…‘모두 동료의원’

기사입력2018-05-25 09:5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 염동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홍문종 의원은 사학재단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염동렬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달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국회 회기중인 관계로 구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홍문종 의원은 총투표 인원 275명중 체포동의안 찬성 129표, 염동렬 의원은 98표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결과를 접한 국민들은 경악했다. 정치적인 논란거리도 아니고, 범죄혐의에 다툼이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지탄이 위험수위를 넘긴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회,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 제 식구 감싸기며 정치권력의 폭거다. 두 의원의 속한 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도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

국회의원이라서 특별히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어느 누구라도 이 정도 범죄면 구속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학원의 돈 24억을 서화구입 명목으로 빼돌려, 대부분 자신의 빚을 갚은데 사용했다는게 수사당국이 파악한 정황이다. 염동렬 의원은 2013년 4월 강원랜드 최홍집 사장에게 채용 대상자 명단을 건넸고, 보좌관은 강원랜드 인사팀장에서 한명이라도 빠지면 두고 보겠다는 압력까지 행사했다.

이같은 범죄사실이 법무부가 국회로 보낸 체포동의안에 적시됐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모든 의원들은 두 의원의 범죄사실이 담긴 체포동의요구서를 열람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조차 반대표를 행사했다는 것은 국민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사건’을 두고 단식을 이어갈 때, ‘비리의원 구하기 방탄국회’라고 쏘아 붙였던 여당이 아니던가. 대학재단의 자금을 횡령한 홍문종, 권력을 이용해 청년 일자리를 가로챈 염동렬이다. 여야를 떠나 이들 범죄자들과 ‘나는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의원이, 국회에 절반도 안된다는게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확인됐다.

한해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학등록금, 그러면서도 교육시설이 점점 더 낙후되는 이면에는 홍문종 의원처럼 교비를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사학 마피아’가 있다. 청년들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고 실업의 고통이 가중되는건, 염동렬 의원처럼 공정한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권력자들이 판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학을 감시하는 사립학교법을 제·개정하고, 청년 일자리를 위해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학비리가 근절될 수 없는 이유, 청년 일자리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 문제의 출발점은 여기다.

홍문종, 염동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회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당장 무기명인 체포동의안 표결방식을 기명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기막힌 사실은, 이 또한 국회의원들의 손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이 심하다는 것이 보수야당의 주장이지만, 무법천지처럼 ‘권력갑질’이 가장 심한 곳이 국회라는게 국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지켜볼 일이다. 조만간 간 염동렬 의원과 같은 혐의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가 국회에 보고된다. 입법부. 정신 차려야 한다. 특히 민주당,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가 ‘권력갑질의 본산’이란 비판을 받는 지금, 최소한 ‘해서는 안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국회가 돼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