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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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고용없는 성장,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경제성장률과 청년실업률 같이 오르는 부조화…결단 필요할 때

기사입력2017-11-17 10:2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모 신문사의 인터넷판 기사배치를 보면서 씁쓸했다. 첫머리 뉴스는 수출항과 컨테이너 사진을 내걸고, 올해 3분기까지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식을 실었다. 바로 아래에는 채용박람회 사진과 더불어 청년 체감실업률이 21.7%, 18년(10월기준)만에 최고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아무리 봐도 어색한 부조화다. 수출은 최대라는데 청년실업률이 18년만에 최고라니(?). 그러나 되짚어보면, 이것이 우리 경제의 민얼굴이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청년 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 수원 오목천공원에서 열린 2017 수원산업단지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으로 대변된다. 손쉬운 해고를 막고 저임금 구조 해소를 통해 가계소득을 높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성장론’이나 가계부채와 부동산경기를 동력으로 했던 ‘부채주도 성장론’에 비한다면 진일보한 정책방향이라 할 만 하다. 또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고 4차산업혁명을 주도해 기업이윤을 늘리겠다는 혁신 성장론도 나무랄 데가 없다.

경제운용의 큰 그림이 이렇다는 이야기다. 현실은 여전히 수출주도 성장을 성장 담론으로 칭송하고, 기업은 투자보다 고용없는 성장을 경쟁력으로 여기고 있다. ‘사상 최대매출’ ‘코스닥 상종가’ 등 수많은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쏟아내는 기사들 속에선 청년실업이나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수출이 늘어나고 기업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으니,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 아니냐며 팡파르 울리는데만 관심이 있다.

정부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혁신 성장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요소로 생각하는 기업인식을 전환시키려는 시도 역시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이 늘었고 사상 최대 매출을 얻었다면,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도 올리라고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4차산업혁명이 고용없는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업을 감시하는 것 또한 정부의 책무다. 사상 최대 수출, 연일 상종가를 경신하는 주식만 쳐다보고 박수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이전 정부는 불황과 세계경기를 핑계거리로 삼았고, 청년에겐 눈높이를 낮추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경제난도 눈높이도 아니었다. 목적과 계획도 없이 청년희망펀드나 만들어 기업 돈을 갈취하고, 고용없는 성장을 조장하고 방치했던 정부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에 변죽만 울렸을 뿐, 제대로 한번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부가 없어서다. 수출이 늘어나고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이 이어지는 지금, 청년실업문제가 오히려 악화됐다는 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약발이 들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핵심은 사람 중심의 경제다. 청년실업난이 18년만에 최고라면 과거 정부 탓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고용없는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수출기업, 대기업들은 성과급잔치를 벌인다. 올해 역시 사상 최대의 성과를 냈으니 잔칫상은 더 풍성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 청년실업자들에게 이들 기업의 성과급잔치는 ‘넘사벽’의 불평등을 확인하는 괴로운 시간일 뿐이다.

고용없는 성장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고용없는 성장이 국가와 국민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상 최대 매출에 따른 성과급잔치를 담장 울타리 안에서만 할 요량이라면, 수출기업·대기업에 그 많은 특혜는 왜 필요하단 말인가. 경제성장률과 청년실업률이 같이 오르는 부조화, 바로 잡으려는 결단이 필요할 때다. ‘혁명’으로 비견되는 ‘금융실명제 도입’과 같은 전광석화의 결단이 없으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은 난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