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걱정없는 ‘세상’…서민이 꿈꾸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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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이사 걱정없는 ‘세상’…서민이 꿈꾸는 ‘나라’다 집이 투기의 대상 아닌, 가정의 보금자리로 인식되는 사회 만들어야

기사입력2017-08-04 10:5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8·2 부동산대책’에 기대와 우려가 섞인다. 여야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아파트가격, 폭염에도 아랑곳없는 청약열기, 얼어붙은 내수경기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생각한다면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이다. 실수요자 이외 적지않은 투기세력이 임대수입을 노리거나 시세차익을 이용해 한탕하자는 계산이 집약된 결과다. 당연히 거품이 만들어지고 실물경제, 가계부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건 자명한 일이다.

투기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번 부동산대책은 이전 대책과 다른 기대가 든다. 사실 지금까지 숱하게 급조 발표된 부동산대책은 집값 안정이나 국민의 안녕을 위한 조치였다기보다는 부동산경기를 경제회복의 불씨로 삼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강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두 정권의 부동산대책은 쌍둥이다. 국민의 주거권은 은행에서 큰돈 대출을 받아 지탱됐다. 내집마련이든, 전월세대책이든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은행문턱을 낮춰 등 떠미는 일이 전부였던 셈이다.

집값 유지 및 상승은 수요증가와 경제성장에 기인한다. 인구가 증가하고 신혼부부가 늘어나거나, 경제가 성장국면이라면 이를 동력삼아 집값이 유지되고 오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동안 집값을 떠받쳐온 것은 인구증가도, 경제성장도 아니었다. 가계부채로 집값을 띄우고 지탱해 온 것이다. 건설사·부동산재벌·정권이 벌인 부동산잔치 청구서는 매번 국민들에게만 전달됐다.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투기지역을 중복지정하고,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강화하는 등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는 이전 정권의 부동산대책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집값 띄우기’와 ‘가계부채 경고음’ 사이에서 대출권유와 옥죄기를 반복했던 부동산대책과 달리, 집값안정 정책으로 바뀐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책으로 집값이 잡힐까하는 우려도 만만찮다. 과거 노무현정권때 섣부른 억제책이 역효과를 가져온 전력도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이 8·2 부동산대책에 노무현정권을 끌어드린 이유도 ‘강한 억제는 실패를 부른다’는 억지를 합리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노무현정권 당시 경험했던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강한 억제책이라서 역효과를 낸 것이 아니다. 건설사·부동산재벌·보수언론 그리고 당시 한나라당의 극심한 반발이 노무현정권의 설익은 부동산정책을 좌초시킨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는 강화됐지만 보유세는 그대로다.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선분양제도 개선대책이 없다. 아파트건축비 원가공개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언급되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부동산재벌·건설사들이 빠져 나갈 구멍은 여전히 많다. 정책집행 과정에서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노무현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부동산정책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건설사·부동산재벌과 자산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인 자가가구, 빚을 안고 집을 장만한 부채가구의 생각은 다르다. 임대소득에 노후를 맡기고 있는 임대인과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전월세 가구의 이해 또한 같을 수 없다. 모두가 부동산정책에 울고 웃기 때문에 정부의 선택 또한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복합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수록 정책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가장의 수입으로 십수년이면, 빚 안내고도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집이 없더라도 이사다닐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서민들이 꿈꾸는 나라다. 집이 투기의 대상, 한몫 잡는 수단이 아니라 가정의 보금자리로 인식되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 이게 부동산정책의 원칙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원칙을 틀어쥐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