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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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자영업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몰지 마라” 인위적 구조조정 위험…경제네트워크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기사입력2017-02-07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 논리를 보면, 자영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될성부른 자영업자만 골라 지원하고 나머지는 도태하도록 그 수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잡아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노동시장에서 흡수하지 못해 자영업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노동정책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동주 실장은 6일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우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자영업자 수를 줄이고,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력을 흡수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결국 망한 자영업자를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동주 실장은 “올곧은 상도정신이 사회경제의 기본으로 자리잡는 경제문화를 만들어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루는 것이 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무엇보다 최근 신세계가 국내 재계순위 10위권에 진입한 사례를 언급하며, 제품 하나 생산하지 않고 중간 유통마진으로 몸집을 키워가는 대규모유통자본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복합쇼핑몰 하나가 들어서면, 인근 중소자영업자의 평균 매출은 46% 감소하고 매출 영향은 5~10km까지 미친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73%, 의류업은 53%의 매출이 줄어든다. 지역 상점가를 초토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기업 복합쇼핑몰은 전국적으로 70여개가 들어섰고, 향후 2~3년 이내 30여개 정도 추가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복합쇼핑몰은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초대형 식당가, 놀이시설, 극장, 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복합문화시설이다. 복합쇼핑몰의 상권 초토화로 동네 슈퍼마켓 하나가 무너지면, 그곳에 물건을 공급하는 최소 10개에서 50여개의 납품대리점도 함께 무너진다는 설명이다.

상인·시민·정당 단체의 경제 네트워크 조직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하 을본부)’는 다양한 상인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당단체 등이 만난 경제 네트워크 형태의 단체다.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을 침해를 본격화하면서, 상인들의 영업부진이 상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재벌중심의 유통산업으로 구조화된 것 때문이라는 자각이 생겨나며, 지역별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생겨났다.

2015년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발족식 모습.<사진=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와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식 유통으로 대리점주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또 편의점주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대기업 유통구조의 폐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더 이상 죽지말고 생존권을 지키자”며 ‘전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이끌어냈고, 가맹사업법 개정 등 ‘을’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역할을 해왔다.

이 실장은 “상인들은 억울한 일이 생겨도 어디에 호소해야하는지도 몰랐다. 시민단체를 찾거나, 정당의 지역구 의원을 만나 호소하거나, 언론사에 알리는 등 각자 방법을 찾아야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후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사안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여러 성격의 단체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의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 등 제도개혁을 위한 정당단체 그리고 전국의 다양한 중소상인 단체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2015년 5월에는 대기업 자본에 의해 고통을 받는 ‘을’들의 상황을 알리고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을본부’로 정식 발족했다.

대기업 자본에 의해 고통받는 ‘을’들의 상황을 알리고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자 2015년 5월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정식 발족했다.<자료=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을본부는 아직 법정단체가 아닙니다. 중소유통상인을 대변하는 사단법인으로 인정받기위해 정부에 사단법인 허가를 요청했지만,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로 자신의 관할 소관이 아니라며 1년째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사단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법정단체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중소상인이 안정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 실장은 지역에서 매출을 일으켜 본사로 가져가는 대규모 유통기업은 지역경제를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역 상인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이 실장은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시작하자 성남지역 상인들은 더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성남지역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상권을 살리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분기별 25만원)의 성남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은 성남지역의 전통시장과 성남지역 내 소규모 소매점, 식품점, 음식점 등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백화점 대형유통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사례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실장은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이면 좋은데, 전통시장으로만 한정해 한계가 있다”며 “인천 서구의 상인협동조합 연심회에서도 국내 최초로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개혁 촉구 시위 현장.<사진=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 실장은 또 중소상인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으려면, 보호정책도 적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의 현실을 잘 모르는 행정가들이 정책을 만들어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불필요한 예산낭비 사례도 있는데, 전통시장 청년몰이 그같은 사례라고 짚었다. 이미 상권이 죽은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만들어 놓는다고 갑자기 상권이 살아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또다른 실패를 겪게되고 예산투입에 대한 결과도 초라해질 수 밖에 없다. 상권을 살릴 방법을 먼저 강구한 후 청년몰을 입점시키는 것이 순서라는 얘기다.

경제민주화 입법 촉구…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

“을본부는 지역공동체와 동고동락하는 행복한 상인·자영업자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올곧은 상도정신이 사회경제의 기본으로 자리잡는 경제문화를 만들어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을본부는 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경제민주화와 민생살리기를 위한 10대 입법 과제’를 정해 입법 촉구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추진해야 할 5가지 개혁입법과제도 정했다. 5대 입법안은 ▲재벌복합쇼핑몰 출점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개정 ▲‘가맹사업,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 ▲차별없는 카드수수료 인하를 위한‘ 여신전문금융법’개정 등이다.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단체

전국유통상인연합회(서울강동송파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망원시장상인회, 인천도매유통연합회, 강릉유통상인연합회, 수도권대리점협의회, 수원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수원칠보상인회, 대전유통상인연합회, 제천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전북식자재협동조합, 광주유통상인연합회, 경남창원생활용품사업협동조합, 울산유통상인연합회, 부산소상공인살리기협회),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국순당피해대리점협의회, 한국지엠자동차판매대리점연합회, 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전국대리기사협회, 우체국택배위탁조합, 맘편히장사하고픈모임, 상가세입자연대, 멕시카나피해가맹점협의회, 더풋샵가맹점협의회,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전국문구점살리기협회, 전국고물상연합회, 초록마을가맹점주협의희, CJ프레시원비대위,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본죽가맹점주협의회, 재벌복합쇼핑몰·아울렛출점저지전국비대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