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앞서 생산현장 낭비요소부터 제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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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기술개발 앞서 생산현장 낭비요소부터 제거를 (재)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

기사입력2016-11-20 10:3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는 중소 뿌리기업 현장을 관리할 인재육성에 초점을 둔 기관이다. ©중기이코노미

현장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 (재)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다.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의 김도훈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나 “중소기업이 기술에 집착하기 보다는, 현장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수준까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생산·유통·납품·판매…현장관리하는 인재육성 기관

1992년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산업기술협력 촉진과 상호교류를 위해 한국에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일본에는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이 설립됐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내 인재양성팀이 2011년 2월 현재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흥비즈니스센터로 자리를 옮겨 새 출발한 것이 현재의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다.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이하 센터)는 중소기업을 위한 인재육성이 주업무다. 센터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통해 뿌리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관리자 장인경영 일본연수’, ‘실무자 생산관리 SKILL-UP’, ‘ICT활용 생산 프로세스 혁신’, ‘차세대 인재 장인경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중소기업제조역량강화지원(제조현장 베테랑 OB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키워드는 ‘관리’다. 김도훈 팀장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기술적인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나 재고율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즉 관리적인 측면은 그동안 소홀하게 취급했다”며 “센터는 설계부터 생산·유통·납품·판매에 이르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인재를 육성하고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낭비를 줄이는 현장의 관리 ‘장인정신(모노즈쿠리)’

뿌리기업 관리자 장인경영 교육에 참가한 중소기업인이 모노즈쿠리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

센터가 가장 중점적으로 여기는 프로그램은 ‘뿌리기업 관리자 장인경영’ 교육이다. 2011년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294명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거쳐갔다. 올해에도 100명의 중소기업인들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일본의 도쿄대학 ‘모노즈쿠리’ 경영연구센터의 후지모토 다카히로 교수가 일본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장에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모노즈쿠리는 장인정신을 뜻한다.

뿌리기업 관리자 장인경영 교육과정은 1주일 과정으로 이론과 실습을 한다. 이론교육은 모노즈쿠리의 기초개념과 프로세스 분석, 연구개발과 생산성의 관계, 모노즈쿠리의 경쟁력과 이를 생산 프로세스에 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또 모노즈쿠리 경영을 도입한 국내기업이나 일본기업을 방문해 적용사례를 보고, 개선과제 및 벤치마킹 요소를 발굴하는 실습과정도 거친다. 이어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현장개선 과제를 토론하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개선내용들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공정순서를 변경하거나, 중간 부품을 좀 더 설계에 맞게 교체하고, 공장설비를 재배치하는 정도다. 실제 이 과정을 거친 자동차부품 납품업체인 A기업은 불량률을 개선하기 위해 설계공정을 조정하고 문제가 됐던 피어싱 펀치핀의 재질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부품수명을 두배로 늘렸다고 한다. 연간 583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는 덤이다.

김 팀장은 “철판을 가공해 최대 10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정확하게 계산해서 써야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납품에 급급할 수 밖에 없어 10개를 만들 수 있는 걸 4~5개만 만들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는 소품종 대량생산이다 보니 부분적으로만 관리해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산공정 전 과정에서 낭비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 김도훈 팀장은 “모노즈쿠리는 이론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고 했다.<사진=제조혁신인재양성센터>

김 팀장은 또 “낭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흔히 값싼 재료를 찾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모노즈쿠리 개념은 이와 다르다”며 “설계를 해놓고 적합한 재료를 찾지 못해 반품하고 재구입하는 시간의 낭비, 공구를 가지러 가고 재료를 운반하는 동선의 낭비와 같이 평소 생각하지 못한 낭비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낭비도 있다. 특히 지금 시기는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던 제조현장의 OB들이 퇴직을 시작했다. 제조현장의 OB들은 현장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교육하는 기술은 떨어진다. 센터는 이들에게 교육기술을 더하는 ‘제조현장 베테랑 OB육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제조현장 베테랑 OB육성 교육은 이제 막 시작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이들이 센터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아가 각 지역 기업을 찾아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자체와도 연계하고, 최종적으로는 각 지역에 ‘모노즈쿠리 스쿨’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학을 중심으로 니가타현, 군마현, 야마가타현 등 11개 현에 ‘모노즈쿠리 인스트럭터 스쿨’을 개교했으며 앞으로 점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개발 어려운 중소기업, 생산과정부터 바로 잡자

센터가 현장을 주목하게 된 것은 일본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저성장에 빠졌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고, 일본내 남은 기업들은 해외수준의 납품단가를 맞추지 못해 살아남지 못했다. 이 시기 많은 중소기업들이 무너졌다. 해외국가들과의 임금격차로 인해 가격경쟁도 떨어지고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없었다. ‘어디서 생산성을 만회할 것인가’라는 고민 끝에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 모노즈쿠리의 시작이다.

중소기업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는 경향이 있다. 재고를 쌓아둔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묵혀있다는 의미다. 제품생산이 빨라진다면 재고를 그만큼 덜 묵혀둘 수 있다. 일본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나사를 조이는 작업을 할 때, 나사를 조이는 시간만이 부가가치가 생산된다고 여겼다. 나사를 가지러 가거나 찾는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라 본 것이다.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생산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낭비를 줄이려면 공정과정에 순서가 있어야 하며, 설계가 제대로 돼야 한다. 이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모노즈쿠리의 생산성 개선방향이다.

김 팀장은 “자동차부품 한 납품업체를 갔더니 제품 전수조사를 하는데 아주머니들을 다수 투입해서 검사하는 경우를 봤다. 시스템만 조금 갖춰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 당장 방법을 모르니 돈을 들여서 해결하는 것”이라며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사실 기술개발할 여력이 많지 않다. 대부분 원청업체 주문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일만 하는데, 이들 기업에 기술개발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관리부문에서 낭비를 줄이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히 생산성으로 나타난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