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고물상 고철 kg당 305→96원 1/3토막

프린트

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위기의 고물상 고철 kg당 305→96원 1/3토막 가격하락 입지·품목제한 3중고…“폐지줍는 노인 하루벌이 힘겨워”

기사입력2016-10-12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내에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파트 차원에서 수거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문 앞에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고, 골목골목 이 재활용품들을 모아 고물상에 전달하는 노인들과 1톤트럭 수거인들 그리고 골목 고물상이 있다.

전국고물상연합회 조남준 회장회장은 “골목골목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들과 수집인들은 우리사회의 ‘악어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사진=전국고물상연합회>

(사)전국고물상연합회(전고련) 조남준 회장은 “전국의 7만여 고물상인들을 포함해 골목의 재활용품 수집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지않다”며 “자원빈국이고 자원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재생자원은 환경보호와 재생재료 발굴이라는 점에서 산업의 쌀”이라고 말했다.

입지제한·취급품목 제한…영세 고물상 옥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고물상 수는 2014년 기준 1만624개였다. 하지만 업계에서 추산하는 전국의 고물상 수는 7만여개다.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않은 영세사업자가 전체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이는 고물상 입지에 대한 법적 제한과 관련이 있다. ‘건축법’에 따르면 고물상은 자원순환시설에 포함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원순환시설은 준공업지역 등에서는 건축이 허용되지만,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에서는 건축이 제한된다. 고물상이 있어야 할 도시지역에는 고물상 건축을 허용하는 용도지역이 없어 불법 고물상이 늘었다는 것이다.

조남준 회장은 “노인들이 수거해 온 재활용자원을 정직한 가격으로 매입할 것을 전국고물상연합회 회원들이 결의했다”고 전했다. ©중기이코노미

고물상을 어렵게 한 것 중 또 하나는 취급할 품목을 제한한 것이다. 2010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서는 폐기물재활용을 폐기물처리에 포함시켰다. 이 법에 따라 특별시와 광역시 지역은 1000㎡이상, 시군지역은 2000㎡이상인 폐기물처리사업장은 ‘폐기물처리신고’를 하도록 했다. 또 폐축전지·폐변압기·폐타이어·폐드럼·폐가전제품 등을 취급하는 사업자도 신고대상이다. 전통적으로 고물상이 취급해왔던 대표 품목은 철근·빔·캔·각종 잡철을 포함하는 고철과 폐전선·구리·알루미늄·스테인레스 등의 비철, 폐지, 폐플라스틱류 및 폐가전, 기타 재활용품 등이었다. 하지만 폐기물관리법 개정이후 폐기물처리신고를 할 수 없는 영세 고물상들은 폐지, 고철, 포장재 등만을 취급하게 됐다.

2010년은 ‘도시광산’ 붐이 일면서 재활용폐기물 중에서도 가장 돈이 되는 폐가전제품 수거에 대기업 등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도시광산 사업은 전자제품, 자동차 등 산업폐기물로부터 금이나 니켈, 리튬 등 희소성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엠이 2010년 중소재활용업체를 인수해 도시광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LS니꼬동제련은 이미 시장을 장악해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한화 S&C도 주력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자재나 부산물에서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도시광산 분야에 속속 진출했다.

재활용자원 가격 하락…영세 고물상 폐업 속출

공병가격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 모습.<사진=전국고물상연합회>

폐지와 고철 등 재활용자원 가격이 최근 3년 연속 하락하면서 고물상 매출이 줄어들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13년과 올해 2월 kg당 폐자원 거래가격을 비교해보면 ▲고철은 305원에서 96원 ▲압축페트병은 500원에서 281원 ▲철캔은 221원에서 80원 ▲폐신문지는 117원에서 97원 ▲폐플라스틱은 775원에서 658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유가하락과 국내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일반적으로 제품가격을 제조사가 정하는 것과 달리 고철은 최종 소비자인 제강사가 정한다. 최종 소비처인 제강사가 판매기준가격을 제시하면, 제강사에 소속돼 있는 직납업체에서 가격을 형성한다. 이후 직납업체에 소속돼 있는 대형 수집상에서 가격을 다시 정하고, 대형수집상은 고물상에게 정해진 가격을 제시한다. 그렇게 고물상은 트럭수집상 및 폐지노인 등에게 최종 구매가격을 제시한다. 이같은 구조는 비철, 폐지, 다른 재생재료에서도 동일하다.

이에대해 전고련 조남준 회장은 “대기업이 일정한 기준 없이 자사의 경영상황에 따라 제품가격을 정하고 수요량도 마음대로 조정해 납품업체를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조 회장은 “제강사에서 필요한 고철의 60%정도만을 국내에서 매입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수입을 하는데, 국내에서 100% 매입을 하면 수요감소로 인한 가격하락 문제도 덜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고물상연합회는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공헌단체 Enactus SUN 소속 학생들과 전국의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을 돕기 위한 ‘끌림’ 프로젝트를 계획했다.<사진=전국고물상연합회>

“골목 재활용품 수집인은 우리 사회의 ‘악어새’다”

이와함께 조 회장은 “분리재배출이 덜 정착한 우리사회에서 골목골목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노인들과 수집인들은 우리사회의 ‘악어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아니면 분리수거되지 못하고 그냥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자원의 양이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여러가지 이유로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고물수집으로 최하층의 삶을 살고 있다”며 “동네 고물상에는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 일자리를 못찾아 밀려난 사람들, 장애를 입은 사람들 등 여러 이유로 우리사회에서 밀려나 인생 2막·3막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말했다.

재활용자원 가격이 떨어지고 불안정해지면, 하루 만원벌이도 힘든 이들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기 때문에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이고 최종소비처인 대기업 등에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상생안을 내놓는다면, 골목 고물상과 폐지노인 등에게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전고련은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공헌단체 Enactus SUN 소속 학생들과 함께 전국의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을 돕기 위한 ‘끌림’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사단법인 설립 마무리 단계에 있는 끌림은 광고판을 탈부착할 수 있는 리어카를 제작해 수집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수입을 전액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사업이다. 이 리어카는 무게도 기존의 리어카보다 30~40%이상 가볍다고 한다. 전국의 전고련 회원들 역시 노인들이 수거해 온 재활용자원을 정직한 가격으로 매입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