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고 해외 저가공세까지 모피 ‘시름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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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소비 줄고 해외 저가공세까지 모피 ‘시름시름’ 개별소비세와 불매운동도 한 몫…모피 디자인 콘테스트 열며 제2도약 준비

기사입력2016-08-10 13:47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봉제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선 모피산업이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산업 중 하나다.<사진=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국내 모피산업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감소 현상이 간접적인 영향이라면, 사치품으로 지정된 모피제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모피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은 “불합리한 세금 때문에 모피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한때 수출 1위국을 자랑하던 명성은 온데간데없고 불황의 그림자만 드리워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개별소비세로 고부가가치산업 저해 우려”=조합에 따르면 국내 모피의류 업체는 600여곳에 달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전국적으로 600여곳이 연쇄부도로 쓰러져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체 모피업체의 절반가량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는 동물보호론자의 불매운동과 홍콩 등 경쟁국의 저가공세도 한몫 거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개별소비세는 모피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피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20%다. 개별소비세는 과거 특별소비세의 명칭을 바꾼 것인데, 사치생활 풍조를 막기 위해 마련된 간접세다.

이에 대해 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조수형 전무이사는 “개별소비세 과세기준이 종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지만 ‘사치’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느냐”며 “모피제품은 20년 이상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옷값과 비교할 때 결코 사치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소비세가 고부가가치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데다, 사치세를 폐지하는 선진국 추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합에 따르면 국내 모피시장 규모는 대략 9500억원이다. 유니클로의 한해 매출액이 1조원임을 감안할 때, 국내 모피산업이 1개 의류 메이커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감소가 모피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조 전무는 “IMF때도 안 그랬는데, 지금은 소비를 안하는 경향이 짙다”며 “예년에 비해 업체들의 매출액이 10~2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봉제가공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색상과 털의 결을 맞추는 것이다.<사진=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조합 주최 대형 콘테스트로 ‘위기 돌파’=모피산업은 수출형 산업이었다가 1988년 정부가 내수판매를 허용한 이후 내수형 산업으로 점차 옮겨갔다. 봉제업체·드레싱업체 등 수출 도급업체들이 내수로 전환하면서 영세업체가 급증했다. 러시아, 홍콩,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쟁국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모피업체의 수출경쟁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외환위기를 전후로 해서 업체들이 연쇄부도를 맞는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중견업체인 ㈜진도와 윤진모피㈜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은 다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모피 디자인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로 3번째다. 경쟁국인 홍콩에서 벤치마킹했다. 10년전, 홍콩모피조합이 ‘모피디자인스쿨’을 운영하면서 일약 전세계 ‘모피 페어’의 중심지로 발돋움한데서 영향을 받았다. 조 전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봉제기술은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다”면서 “디자인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매년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력난이 모피산업의 걸림돌이다. 조 전무는 “염색을 하고, 그라인더로 깎아내고, 특수미싱을 통해 털을 균일하게 작업(성형)하는 등 난이도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노동집약형 산업”이라며 “하지만 젊은 층이 모피업체에 취업하기를 꺼려해 자칫 제조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계절상품인 모피는 6~11월까지 생산을 풀가동해야 하지만, 직원 채용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밀렵 오해…인공사육으로 모피 생산”

<사진=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

“모피옷을 만들기 위해 밀렵을 하거나 야생동물을 죽이고 있다는 것은 왜곡이다. 인공사육으로 철저하게 관리해 모피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모피제품공업협동조합은 동물보호론자의 모피 반대운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조합의 조수형 전무이사는 “모피산업은 동물복지에서부터 환경영향까지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며 “털의 상태는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인데, 모피 동물 사육사의 생계가 달려있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67개국이 ‘자연자원보존국제연맹(IUCN)’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IUCN의 규약에 따르면 덫으로 사냥하는 동물들은 모피제조에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동물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돼 있다. 동물학대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 야생동물의 국내 판매를 금지하고, 해외로부터의 반입을 금지하는 ‘야생생물보호관리법’(야생생물법)을 시행하고 있다.

조 전무는 “인공적으로 사육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소·돼지를 사육하는 것처럼 모피도 그 중 하나”라면서 “산채로 동물의 피부를 벗긴다는 것은 왜곡이며, 실제로 비도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법으로 엄격히 다루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