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터 칼날까지…기반기술 열처리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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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자동차부터 칼날까지…기반기술 열처리산업 매출액 35%는 전기료 “중부하 요금체계를 경부하로 낮춰줘야”

기사입력2016-07-31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열처리과정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제품(맨 오른쪽 점선)이 들어가면 가열로(가운데 점선)-유지로-냉각로 등을 거친다. 주물용 철재 등 중장비 부품을 열처리하는 한 업체는 공정이 자동화 돼 작업환경이 깨끗하고 정돈돼 있다.<사진=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과거 한국산 자동차는 오래 타면 3~5년이었다. 새로운 차로 바꾸려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금속성 제품의 결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해외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는 열처리 기술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상 열처리 기술력이야말로 ‘메이드인 코리아’를 지탱해 온 숨은 공신이다. 열처리산업을 부품소재 뿌리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종길 전무이사는 열처리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처리기술은 자동차·항공기·선박 등 중장비에서부터 칼날·후라이팬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어 산업 연관성이 크다. 특히 열처리과정을 통해 나온 금속성 제품은 고강도·고온내구성 등이 수십배 수백배 커진다. 이처럼 열처리는 기계·금속·자동차·조선·항공 산업 등 모든 산업에서 두루 적용되고 있어 ‘기반기술’이라고 불린다.

◇열처리 업체 98% ‘영세 소기업’=한국열처리공학회에 따르면 국내 열처리산업 규모는 2013년 기준 2조6740억원이고, 연평균 2% 가량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열처리산업의 70% 가량이 자동차 분야다. 자동차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그밖에 기계·금형·중공업·전자산업 등이 연관돼 있다.

가열로(爐)에서 정밀한 온도 제어를 통해 제품을 열처리하는 모습이다.<사진=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국내 열처리산업은 자체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수 임가공 형태다. 즉 제작된 부품을 공급받아 이를 열처리로 가공한 후 다시 공급받은 업체로 납품하는 구조다. 자동차 회사가 열처리작업을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재고가 없는 장점이 있지만 장비에 의존하는 만큼 기술개발보다 관리기술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이어 구조조정 타깃이 된 국내 조선업의 불황이 제조업의 위축과 함께 열처리업체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 열처리업체의 과잉이 ‘위기상황’을 한몫 거들고 있다는 것이 이종길 전무의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열처리 업체 수가 1039곳이다. 이들중 98%(1016곳)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소재한 A업체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로 수주량이 줄어들어 연속로(爐) 3대 중 1대는 가동 중단된 상태”라면서 “특히 업체들간 수주 경쟁이 심해 ‘제 살 깎아먹기식’ 낮은 단가로 수주하고 있어 경영 악화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업체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덤핑 경쟁마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업체들이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친다면 결국 채산성이 악화돼 모두에게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출의 35%가 전기요금…부과체계 개편” 요구=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때 업체들이 경영위기를 맞으며 해체됐다가 2012년 다시 설립됐다. 열처리 업계의 의견전달 창구가 필요한데다, 열처리산업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공동협력하자는 취지에서 재결성했다. 현재 전체 열처리업체의 10%(100곳) 가량이 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재결성한 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임가공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공동사업 과제는 없다. 그렇지만 조합은 업계를 대신해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조합은 정부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주파를 이용해 자동차 기어 부품을 가열하고 있다. 경도를 높이고 내마모성을 향상시키는 열처리 방법이다.<사진=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열처리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매출액의 30~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다. 대부분의 열처리업체는 전기로(爐)에 의한 방식을 선호하고 있어 전체 산업에서 전력소모량이 가장 많은 업종이다. 진공·플라즈마·레이저빔 등은 전력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고효율이지만 장비 값만 20억원을 웃도는 등 만만치않다.

실제로 인천 남동공단에서 차량용 볼트·너트를 열처리하는 B업체는 전기료가 월 평균 6000만~8000만원에 달했다. 매출의 35% 가량이 전기요금이다. 지식재산 전문기업 윕스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열처리업체의 28%의 전력비요이 5000만원 이상이다. 이에 조합은 ‘산업용 전기요금 부과체계’를 개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길 전무는 “대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2%에 불과하지만, 전기 다소비 업종은 생산원가도 못맞출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중부하 요금체계를 경부하로 낮춰주는 등 업종과 업체에 대한 지원과 구제 방침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이와함께 “열처리 과정이 대부분 기계장비에 의존하고 있어 작업환경이 깨끗한데도 기피업종으로 인식돼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열처리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대학 등에 열처리 관련 학과가 없는 실정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플라즈마·레이저 등 특수 열처리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훈련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