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세공기술 우수…한국의 ‘비첸차’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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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귀금속 세공기술 우수…한국의 ‘비첸차’ 꿈꾼다 고부가가치 주얼리산업…“사치·탈세산업이란 정부 인식버려야“

기사입력2016-07-26 16:5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세공인이 순금에 열을 가해 형태를 변형시키고 있다. 품질이 높은 귀금속은 손톱만한 크기일지라도 몇백만원을 호가한다.<사진=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우리나라의 세공기술은 세계적이다. 국제기능올림픽 세공기술 분야에서 18연패를 일구는 등 귀금속(주얼리)을 정밀가공하는 기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서울에만 전국 귀금속 제조업체의 40% 가량이 밀집돼 있는데, 이탈리아 비첸차에 못잖은 세계적인 귀금속 지역을 꿈꾸고 있다.”

비첸차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의 예술마을로 귀금속 소공인연합이 주축이 된 세계적인 금 제조 도시다. 주얼리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어 이탈리아 귀금속의 90% 정도가 이곳에서 제조되고 있다. 왕영준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실장은 이탈리아 비첸차를 모델로 주얼리 산업의 미래를 그렸다.

주얼리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종로구 일대는 한 집 건너 귀금속 도소매업체가 빼곡이 들어서 있다. 후미진 골목길에 들어서면 귀금속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섭씨 32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땀 흘리며 귀금속을 제련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국내 주얼리 시장 5조~15조 규모=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국내 귀금속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조7463억원이다. 예물시장은 27%(1조5705억원), 비예물시장이 73%(4조1758억원)다. 러시아 시장규모와 유사하고, 일본(95억달러)의 1/2, 세계 1위 북미시장(550억달러)의 1/12 수준이다. 왕 실장은 “우리나라 귀금속 산업이 과거 ‘사치·탈세·밀수산업’으로 치부된 까닭에 정부 통계상 산업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은 다른 재화와 비교하여 장시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고,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환금성의 가치’도 있다. 또 귀금속은 이제 패션을 완성하는 도구로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 규모가 많게는 1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귀금속 사업체수는 2014년 기준 1만5076곳이다. 이중 5747개(38.1%) 업체가 서울에 분포해 있으며, 종로구에만 2751개(18.2%) 업체가 모여있다. 종로는 전국 대비 제조업체의 41.1%(644곳), 도매업체의 64.3(1516곳)가 밀집해 있는 ‘귀금속 도시’다.

세공기술자가 줄을 이용해 귀금속을 다듬고 있다.<사진=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15년새 금값 4배↑, 세공비는 ‘제자리’=귀금속 제조업체의 현실은 어렵다. 2014년 통계청에 따르면 종로지역의 귀금속 제조업체중 596개(93%) 업체가 개인사업체로 등록돼 있다. 회사법인은 고작 48개(7%) 업체에 그쳤다. 종사자 규모별로 살펴보면 600개(93%) 업체가 10인 미만이고, 5인 미만의 업체도 513개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사를 운영하거나 본점을 두는 경우는 고작 10개 업체에 불과했다.

이들이 처한 근로실태도 열악하다. 2014년 기준 귀금속 세공원의 평균 연령이 38.2세다. 그나마 전년도(43.9세)에 비해 13% 낮아졌다. 평균 근속년수는 5.6년이다. 월 급여는 230만원 가량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았다.

왕 실장은 “3~4평에 불과한 공간에서 하루 꼬박 10시간 이상 귀금속을 세공하고 있다”며 “금값 한돈(3.75g) 시세가 2000년대 초반 5만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21만원으로 4배 이상 급등했지만, 금 한돈 당 세공비는 3000~4000원 수준으로 10여년째 제자리”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가 조사한 결과, 전국 전문대학·대학교·직업학교·학원 등 100여곳의 교육기관에서 매년 3000명 이상의 귀금속 관련 인력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젊고 유능한 인력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D업종 수준은 아니지만 근로조건이나 환경이 열악해 상당수의 업체가 구인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디자인과 세공을 거쳐 다듬어진 완제품.<사진=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시설환경 개선·마케팅 역량 배양 ‘절실’=국내 귀금속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귀금속산업을 ‘사치산업’으로 인식하는 정부의 태도다. 왕 실장은 “우리나라의 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각 업종별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성장해 왔다”며 “반면 주얼리 산업은 사치·탈세산업이라는 오명과 부정적 시각으로 정부의 산업육성정책으로부터 언제나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도 받고 있어 여간 힘든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산 귀금속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요구했다. 왕 실장은 “해외 브랜드인 티파니(미국), 불가리(이탈리아) 등 유명 브랜드의 경우 부가가치가 원재료의 15배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원재료의 1.5배 수준”이라며 “디자인이 다소 뒤떨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가공기술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에 가입한 업체는 432곳이다. 이들의 바람은 영세한 시설환경 개선과 아울러 마케팅 역량 배양이다. 외국산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다.

(재)서울주얼리진흥재단 남경주 박사는 “중국은 ‘광동성 황금귀금속산업연맹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세계 5위 귀금속 국가인 태국은 보석·액세서리 공장설립을 지원하는 한편 보석전시회·수출시장 개척 등을 돕고 있으며, 이탈리아·영국·일본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주얼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국내 주얼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종로에 ‘서울주얼리센터’ 한옥으로 짓는다

서울주얼리센터 조감도<사진=서울시>

종로를 귀금속산업 메카로…서울시 “주얼리, 신성장동력산업 역할”

종로구 권농동에 연면적 725㎡,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 한옥 형태를 가진 ‘서울주얼리센터’가 내년 3월이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착공한 서울주얼리센터는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주얼리센터 사무국은 귀금속·보석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정보교류와 각종 전시회 개최를 지원하는 등 주얼리 산업 활성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주얼리센터가 준공되면 낙후된 귀금속 상가의 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디자인과 세공기술이 어우러진 우수한 주얼리 제품 발굴·지원을 위해 ▲주얼리 공동브랜드 개발 ▲국내외 유명 주얼리박람회 참가지원 ▲해외 판로개척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최성임 주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를 통해 “서울주얼리센터는 도심형 고부가가치산업인 주얼리산업을 활성화하고 종로 3~5가 일대를 주얼리산업 메카로 조성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될 것”이라며 “국산 주얼리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홍보해 이를 비즈니스로 연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