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하고 단체표준 인증받아 판로개척

프린트

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공동구매하고 단체표준 인증받아 판로개척 부산·대구·서울 자체 활성탄 재생시설 건립에 ‘경영위기’ 우려

기사입력2016-07-14 17:51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숯가루가 날리는 가운데서 근로자들이 활성탄을 제조·생산하고 있다.<사진=한국활성탄소공업협동조합>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쓰는 숯, 연필 심, 담배필터, 방독면에 부착된 정화통까지 공통으로 쓰이는 게 바로 숯이라고 불리는 ‘활성탄’이다. 학창시절 화학시간에 배운 원소기호 ‘C’다. 활성탄은 세균감염을 방지하고, 오염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돗물 정화용·폐수처리용으로도 쓰인다. 생활용품에서부터 군사용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범위가 넓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 것이다.

◇공동 구매·판매 전략…“활성탄 시장 활기” 기대=국내 활성탄 제조업체 25곳 가운데 한국활성탄소공업협동조합(이하 활성탄소조합)에 가입한 업체는 17곳이다. 전국 광역단위마다 1~2곳이 있는 셈이다. 다른 업종과 달리 활성탄업종은 사업체 수가 적고, 시장규모도 넓지 않은 편이다. 활성탄소조합에 따르면 국내 활성탄 시장규모는 1800억원대 정도다.

활성탄소조합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산 수입 활성탄을 공동으로 구매해 제공한다. 또 활성탄소조합의 단체표준을 만들어 판매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활성탄소조합에 소속된 회원업체는 하나의 브랜드(단체표준인증 ‘AC’:살아서 활동하는 탄소라는 뜻의 ‘Activated Carbon’의 줄임말)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데, 90% 가량이 국내 내수용이다.

김재민 조합 전무는 “협동조합의 단체표준 인증을 받은 제품은 조달청 입찰 때 가산점을 받는다”며 “협동조합의 신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품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

실험실에서 입상활성탄·분말활성탄 등을 분류, 화학성분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한국활성탄소공업협동조합>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면서 활성탄 시장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김 전무는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오염이나 수돗물을 정수하는데 활성탄을 이용해 정화처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활성탄 시장은 커 나갈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지방정부 자체시설 건립에 경영위기 우려”=중소기업 협동조합들이 대개 1970년대 결성한 것을 고려하면, 활성탄소조합은 늦은 1997년에서야 만들어졌다. 당시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인 ㈜삼미, ㈜유림화학, ㈜삼천리 등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중소제조업체들이 조합으로 한데 뭉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시커먼 숯가루를 제조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보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값싼 활성탄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김 전무는 “젊은이들이 활성탄제조업체를 3D업종으로 기피하고 있어 재직근로자의 평균 연령대가 40~50대인 점이 부담”이라며 또 “중국에서 값싼 유연탄이나 입상활성탄 등을 수입하면서 국내업체가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산시·대구시에 이어 서울시가 최근 자체 활성탄재생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활성탄 용도는 수돗물 제조용·폐수처리용·영구전지용·식품용 등 수백가지에 달한다”며 “정부가 활성탄산업을 보호·육성하지 못할망정 민간영역에 침범하는 것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범한 것과 마찬가지다. 자칫 도산 등 경영위기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서울시 활성탄 재생시설 건립에 제조업체 반발

서울시는 ‘암사아리수정수센터’ 내에 활성탄 재생시설을 내년부터 지을 계획이다.<자료=서울시>

서울시 “직접 운영해 가격인상 억제” 조합 “지금 공급과잉, 경영악화”

최근 서울시가 활성탄 재생시설을 직접 짓겠다고 하자 활성탄 제조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동구 암사동 ‘암사 아리수 정수센터’내(2570㎡)에 198억원을 들여 활성탄 재생시설을 건립키로 했다. 재생시설이 2018년말 완공되면 2019년 2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재생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서울시가 필요한 활성탄(1만277㎥)의 절반 가량(5400㎥)을 서울시가 직접 만들 수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최춘근 주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활성탄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급등이 우려돼 시가 활성탄 재생공장을 직접 운영키로 했다”며 “지방정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활성탄을 공급하고 수도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주무관은 “활성탄 수요의 나머지 절반 가량(4877㎥)은 활성탄 제조업체에 위탁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재생시설 건립과 관련 활성탄소조합 김재민 전무는 “활성탄재생 물량이 종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어 업체의 경영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미 활성탄재생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가격급등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재생시설 건립은 협력업체에서 납품받던 물품을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 제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