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대기업 진입제한 상권관리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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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지자체가 대기업 진입제한 상권관리 나서야” 이케아 진출→국내 대기업 골목상권→중소가구업체 위기 ‘악순환’

기사입력2016-07-11 14:15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진출 이후 가구시장이 바뀌고 있다.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 국내 대기업 가구업체는 대형매장을 설립해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는 반면 1340여곳의 중소 가구업체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케아에 밀린 대기업이 골목상권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서 중소 가구업체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판로개척에 나서는 등 자구노력이 한창이다.

가구산업은 목재를 비롯해 금속·유리·플라스틱·섬유·석재 등 다양한 산업에 파생돼 산업연관효과가 크다. 한 가구업체에서 에지밴딩기로 목재를 절단하고 있다.<사진=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독자브랜드 ‘IBIS’ 인증제 도입=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이하 가구조합)은 지난해부터 ‘단체표준’을 도입했다. 단체표준은 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발적으로 제정한 표준을 말한다. 조합은 우선 독자적인 인증제도(IBIS인증)을 만들었다. 조합이 인증하는 제품임과 동시에 조합에 가입한 회원업체들의 공동 브랜드인 셈이다.

정오균 가구조합 이사는 “지난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법’(판로지원법) 개정으로 단체표준이 추가되면서, 많은 협동조합이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단체표준 인증이 있으면 중소기업 제품이 우선조달 대상이 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판로지원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을 비롯해 국가보조금을 받는 민간단체에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가구조합은 독자적인 인증제도를 만든 만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체 시험연구원을 세웠다. 20억원을 들여 마련한 시험연구원에서는 목재·가구의 역학·화학 시험을 비롯해 제품·설치 검사를 한다. 시험연구원은 중소기업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KOLAS·KAS 등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가구제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측정하기 위한 항온항습기기(사진 왼쪽), 색상의 변형 정도를 측정하는 촉진내후성 시험기.<사진=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가구조합은 특히 원·부자재 공동구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공동거래는 원·부자재 생산조합과 구매조합간의 쌍방거래가 일반적이었다. 가구조합은 거래 대상을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 제조사와 수입업체 등으로 확대했다. 거래처가 많아지면서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0여년 역사…가구업계 대변인 역할=가구조합의 역사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급이 활발해지고 입식주방이 들어서면서 싱크대를 생산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오늘날 대기업으로 성장한 한샘·에넥스 등이 당시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가구업체가 자동화기기를 도입해 대량생산하는 가정용·사무용 가구업체가 점차 생겨나면서 지난 2013년 명칭을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으로 바꿨다.

가구조합은 가구업계의 애로사항을 살펴 이를 정부에 건의하는 등 ‘대변인’ 역할 뿐만 아니라 ‘시장 감시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제품들이 국내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중국제품들이 ‘KC’마크를 부착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KC는 제품에 대해 건강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국가통합 인증마크다. 가구조합은 이밖에 매달 회보를 발간해 회원사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임직원 교육, 공장 견학, 분야별 간담회 등도 수시로 열고 있다. 사업의 기초자료라고 할 수 있는 통계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5인 이상 가구업체 수는 모두 1340여곳이며, 3만여명이 가구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장규모는 10조원을 웃도는 등 철강·유리·인조석 등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큰 산업이다. 전체 가구업체의 10% 가량(118곳)이 가구조합에 가입해 있다.

가구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영세기업 생존 위기”

정오균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

정오균 이사는 “지자체가 적극적인 상권관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한국주택가구조합에 몸 담은 지 16년째인 정오균 이사는 요즘처럼 고민이 많았던 적이 없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경기침체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는 “가구 대기업은 이케아에 맞서 지역 곳곳에 대형몰을 만들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며 “이케아의 진출로 중소 가구유통업체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로 영세소기업과 인테리어업체도 생존위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과거 중소업체들이 중심이었던 가구시장이 수입업체와 대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 이사는 “과거에는 가정이나 사무실에 가구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저장하거나 걸터앉아 사용했다면, 지금은 가구를 의료용기기의 경우와 같이 기계처럼 활용해 작업을 하는 등 기능이 변하면서 가구산업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가구업계가 IT기술을 접목한 융복합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품질과 디자인 모두에 투자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