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를 요구하면 거래처를 바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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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면 거래처를 바꾼다”고? ‘RE100 대응’ 전무…작은 기업일수록 대응 못하고 있어

기사입력2024-06-12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국제사회의 RE100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이 사용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수출경쟁력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RE100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우리 제조수출기업 10곳 중 2곳은 RE100에 대응하지 않고,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다른 거래처를 물색하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제조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는 법과 제도를 통한 탄소배출량 감축 관련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및 투자기관이 RE100 등 기업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을 주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으며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수급 조건이 불리한 상황이며, 정부와 수출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요구하면 거래처 바꾼다?=한국무역협회가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RE100 인식과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제조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고,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구를 받았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데이터 제출(44.7%)도 함께 요구받았다.

©중기이코노미

제조수출기업의 45.2%가 RE100에 대해 알고 있으며, RE100에 관심을 갖는 주된 목적은 ‘자사 지속가능경영 목적’(32.6%), ‘에너지 비용(전기료 등) 절감(27.2%)’, ‘고객사(바이어) 요구(19.2%)’ 등이다. 특히 섬유·패션 기업은 고객사나 바이어의 요구로 RE100에 관심을 가지게 된 비율이 44%에 이른다. ‘중소기업(29.2%)’과 ‘식음료(44.4%)’ 업종의 경우, ‘에너지 비용(전기료 등) 절감’을 위해 RE100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국내외 거래처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을 받는다면, 다른 거래처를 물색(13%)하거나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을 이전(7.5%)하겠다는 응답이 적지 않아 RE100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수출액 500만 달러 미만의 중소기업이 많았고,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을 고려하겠다는 수출기업 비중은 중소기업(9.5%), 중견기업(5.7%), 대기업(5.0%) 순으로 나타나,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RE100에 무방비 상태였다.

수출업계는 RE100을 이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인센티브로 ‘중소·중견 수출기업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43.1%), ‘RE100 신규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및 금융지원 강화’(35.4%)를 꼽았다.

◇재생에너지 조달은 피할 수 없는데=2014년 12개사가 참여하며 발족한 RE100 캠페인은 지난해 428개사로 참여기업이 늘었다. 26개국 428개사 참여사 가운데 미국기업은 98개로 가장 많다. 한국은 36개사로 일본(86개사), 영국(47개사)에 이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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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149개사로 가장 많다. 이어 제조업 109개, 식음료 및 농업 33개, 원자재 30개, 인프라 30개, 소매 29개, 의료 및 제약 24개, 의류업 10개, 호텔 및 외식업 9개, 운송업 4개 순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면서, 3년간 RE100에 가입한 제조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기반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올해 3월 발간한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은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업종으로, 2022년 기준 RE100에 가입한 제조업 기업의 전력 사용량은 184TWh에 달했다. 이어 서비스업은 124TWh, 운송업 58TWh, 원자재 43TWh, 식음료 및 농업 40TWh, 의료 및 제약 16TWh, 호텔 및 외식업 8.8TWh, 인프라 2.7TWh, 섬유 1.7TWh, 소비자서비스 1TWh 순이었다.

RE100에 참여하는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은 우리 수출기업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재생에너지 조달 가장 어려운 한국=RE100은 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 포함), 지열, 태양, 수력 그리고 풍력에서 발전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간주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달성을 위한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RE100 참여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은 인증서 구매(41%)와 PPA(Power Purchasement Agreement, 발전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 31%)가 많다. 24%의 기업은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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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에 진출한 RE100 기업의 40%가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돼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조달 옵션 부족(32%)’, ‘고비용 또는 제한된 공급(27개)’ 순으로 재생에너지 이용에 애로가 있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원 발전비용도 상대적으로 높다. 재생에너지 조달에 드는 비용은 미국과 유럽, 중국의 1.5~3배 수준으로 해외기업과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RE100 대응 위한 맞춤형 지원 필요=보고서는 RE100에 대해 알지 못하는 국내 제조수출기업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며, 우선 관련 내용과 파급 영향을 알리고 선제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규모가 작고 수출 경력이 짦은 기업일수록 RE100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맞춤형 컨설팅 지원을 제안했다. 특히 RE100에 대응하지 않고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다른 거래처를 물색하거나, 심지어 거래를 중단한다고 답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홍보와 교육, 컨설팅 등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함께 수출기업에 부담이 큰 재생에너지 구매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인프라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수출제조기업들은 정부의 일관된 재생에너지 공급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