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개발한 기술에 레퍼런스 요구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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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막 개발한 기술에 레퍼런스 요구 “말이 됩니까” 지정맥인식기, LED·CCTV보안등 개발 ㈜코리센 오석언 대표

기사입력2015-12-14 00:00

“이쪽 분야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정부와 큰 기업들은 ‘중소기업 기술’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용을 안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레퍼런스를 요구하기도 하죠. 지문이나 홍채 같은 기존의 생체인식 기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기업, 외국계기업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이를 채택하고 있으니 중소기업에서는 통탄할 노릇이죠”

(주)코리센 오석언 대표

지정맥인식기와 LED·CCTV보안등을 개발하고 있는 (주)코리센의 오석언 대표는 정부나 기업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기술력보다는 레퍼런스를 우선시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레퍼런스(reference)는 기업의 업적이나 이력, 성과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의 품질 등을 다른 외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통해 투자여부를 판단할 때가 많다. 사용자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의 안전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또 하나의 장벽이다.

“이제 막 기술을 개발한 단계에서 어떻게 레퍼런스가 생기겠습니까? 인증기관의 담당자들도 신기술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때문에 직접 가서 지정맥인증에 대해 두 시간 동안 설명한 적도 있습니다”

美日 레퍼런스 필요없어…개발부터 상용까지 “산 넘어 산”

오 대표는 인지도와 레퍼런스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많은 돈을 투자해서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진입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실제 오 대표도 기술개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부처를 두드렸지만 거의 모든 기관들이 신용보증을 요구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주로 매출의 몇%를 지원한다는 식인데, 기술을 막 개발한 상황에서 매출이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을 팔아 기술개발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레퍼런스가 없어 정부와 기업 등에서 사용 자체를 꺼렸다.

코리센에서 개발한 지정맥인식 출입근태단말기. 손가락만 갖다대면 되고, 지문인식과 달리 물기가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다.

생체인식분야는 자동차 등의 기술집약적인 산업과는 달리 알고리즘을 시장상황에 맞게끔 설계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나머지 부품, CPU라던가 메모리부문은 다 비슷한 것을 쓰기 때문에 핵심기술만 있으면 다른 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분야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강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레퍼런스가 없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일본은 인증이나 과도한 절차 없이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은행 ATM의 경우 생체인식이 도입된 ATM 가운데 80%이상이 지정맥인증인데, 공인인증을 받은 기술이 하나도 없고 은행내부의 자체 테스트만으로 채택됐다. 그래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허를 받기 위해 수억원이 들어갔고 인증도 수십 개를 받았습니다. 사실 다 필요없는 것인데 정부나 다른 기업에서 요구하니까 받은 것이죠.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 부분을 정부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아합니다”

코리센은 지정맥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베트남, 이란, 중국 등의 유명 기업들과 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진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전자주민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요구하는 레퍼런스가 없어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보안성 높아 핀테크 등 활용방안 무궁무진

오 대표는 2002년 지문인식기과 홍채인식기 사업을 시작하며 생체인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계를 느끼고 지정맥인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문의 경우 복제가 쉬워 보안성도 낮고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 홍채의 경우는 렌즈착용이 대중화된데다, 나이가 들면 눈꺼풀이 처지는 한국인의 특성 그리고 빛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오 대표는 일본의 지정맥인식을 보고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어 발빠르게 기술개발을 진행했다.

지정맥인증기술은 간편결제에도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메뉴를 고른 뒤 단말기에 지정맥을 결제수단으로 선택하고, 하단에 보이는 지정맥인식기에 손가락을 대면 등록된 카드나 계좌로 바로 계산이 된다.

코리센의 지정맥인식기술은 손상 가능성이 가장 적은 손가락 두 번째 마디의 정맥 이미지를 추출, 암호화해 사용한다. 신체 내부에 있어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고 습도나 조도 등의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사람마다 정맥의 모양은 다 다르기 때문에 고유하고, 배아단계에 형성되면 평생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변조도 어렵다. 통계상으로는 1억명 중에 한 명꼴로 유사한 지정맥을 지닌다고 하지만, 5000명 중에 한 명꼴로 중복가능성이 있는 지문에 비하면 낮은 확률이다.

처음에는 일본 기업들이 지정맥기술을 선두하고 있어 기존시장으로의 진입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일본의 히타치가 지정맥인식과 관련해 350개 정도의 특허를 가지고 있어, 그것을 피해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어려웠다. 히타치의 특허와 차별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승부를 걸었고 그 결과 기존제품들보다 지정맥 인식 속도도 빠르고 조도의 영향도 덜 받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보안성이 높아 지정맥인식의 사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기본적인 근태관리에서부터 문서나 자료보안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지정맥과 카드를 연결,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지정맥만 갖다대면 결제가 가능하게 된다. 또 직접 대면을 통하지 않더라도 지정맥을 통해 본인여부만 확인되면 계좌개설과 계좌이체, 대출까지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을 전망이다.